성관계 없이 혼인을 유지해온 ‘섹스리스’ 부부가 이를 이유로 이혼소송을 벌인다면 어떤 판단이 나올까. 성관계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ㄱ(35)씨와 ㄴ(26)씨는 2005년 결혼한 뒤 전혀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 남편 ㄱ씨는 2년 뒤 “이유 없이 신체 접촉이나 성관계를 거부해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했다”며 ㄴ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다. 하지만 ㄴ씨는 ㄱ씨와 각방을 쓰고 있지만 “성관계를 거절한 적이 없다”며 이혼을 거부했다.
1심 재판부는 성기능에 문제가 없는 이 부부에게 심리상담을 받게 했지만, ㄱ씨는 관계를 개선하려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에 1·2심은 “ㄱ씨의 주장처럼 ㄴ씨가 성관계를 거부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법원 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도 6일 “부부의 성관계는 혼인의 본질적 요소로, 성적 요구의 충족을 저해할 경우 이는 민법에서 말하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된다”면서도 “전문적 치료나 도움을 받아 정상적인 성생활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부부간 성접촉이 단기간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중대한 이혼 사유가 될 수는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가정법원도 7년 동안 성관계를 갖지 않은 아내를 상대로 남편이 낸 이혼 청구소송에서 “아내가 전문가 상담과 치료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전주지법은 2007년 성기능 장애 치료를 거부한 남편을 상대로 아내가 낸 소송에서 “남편이 단 한 번만 병원에 다녀오는 등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이혼하라고 판결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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