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도시 추진 지자체 “기업 다 뺏겨…같은 혜택을”
정부가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에 입주하는 기업들에 파격적인 특혜를 주는 내용의 세종시 수정안이 가시화하면서 기업·혁신도시, 국가산업단지, 경제자유구역 등을 추진하는 전국의 지방정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지난 5일 세종시에 입주하는 기업에 땅을 3.3㎡당 36만~40만원에 내주고, 세금·재정 지원, 규제 개선 등 다른 혜택도 기업·혁신도시, 국가산단 등과 같은 수준으로 제공하기로 하는 내용의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7일 오전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지사는 대구시청과 경북도청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까지 공개된 세종시 수정안을 보면, 지역의 대형 사업들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세종시만큼 지방의 산업단지에도 혜택을 줘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대구에 연고를 둔 삼성전자가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생산) 단지가 세종시에 입주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구·경북 지역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분위기다.
광주·전남 혁신도시와 무안·영암 기업도시,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 건설 사업을 추진하는 광주와 전남도 이들 사업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정부가 광주시에서 육성중인 신재생에너지와 태양광 산업, 연구개발 특구에 유치하려던 국립 연구기관들을 세종시로 모두 보내면 광주의 유치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전국 시도지사 협의회를 통해 다른 지역에도 세종시와 같은 수준의 지원이 이뤄지도록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6일 이춘희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장도 기자회견을 열어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오히려 새만금 산업단지는 세종시보다 분양가를 저렴하게 공급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매매 가격을 현재 예상가보다 낮추거나 아예 무상으로 넘겨줘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다는 수도권에서도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이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아침을 들면서 세종시 인센티브와 관련해 “경기도는 안 보이고 세종시만 보이느냐. 경기도도 뜨거운 맛을 보여줄 것”이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한 관계자도 “송도경제자유구역에 세계 대학과 외국 투자 첨단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수년 동안 공을 들여왔는데 세종시 수정안으로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과)는 “정부가 행정 중심의 세종시 건설을 백지화하고, 이를 대신해 기업과 대학·연구소 등을 조급하게 유치하려다 보니 다른 지방정부들이 추진하던 사업들과 대부분 겹치게 됐다”며 “지역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라는 목표가 사라지면 세종시는 기업 등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 오히려 지역 불균형을 일으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경욱, 대구 광주 인천/구대선 안관옥 김영환 기자 da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