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사진 오른쪽)이라는 말 이름으로 4000만원을 기부한 마주 이수홍(81·왼쪽)씨.
재활치료 뒤 우승…상금 절반 기부
경제난 속에서도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기부자의 훈훈한 손길은 되려 늘어났다.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해 12월1일부터 이달 31일까지 펼치는 ‘희망2010 나눔 캠페인’의 8일 현재 활동 결과, 모금액이 183억4000여만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액수(178억5700여만원)보다 4억8300여만원 늘어났다고 10일 밝혔다. 모금회 쪽은 “경제가 어려운 탓에 지난 크리스마스 전까지는 모금액이 전년도보다 감소한 추세였으나 그 뒤부터 기부자가 늘어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모금액이 는 만큼 기부자들의 사연도 가지가지다. 캠페인 기간 가장 많은 금액을 기부한 개인은 ‘백광’(사진 오른쪽)이라는 말 이름으로 4000만원을 기부한 마주 이수홍(81·왼쪽)씨. 이씨는 ‘백광’이 무릎 인대가 늘어나 경주에 나서기 어려운 여건에서도 재활 치료를 통해 장애를 딛고 우승을 거두자 우승 상금 8000만원의 절반을 기부했다.
서울 양평2동에 사는 정순남(69)씨는 지난해 6월부터 희망근로사업에 참여해 받은 돈 일부와, 매일 동네 골목을 돌며 수거한 폐지, 빈 병을 팔아 모은 돈 18만1360원을 내놨다. 이혜순(50)씨는 지난해 말 돈이 없어 굶기도 하고 자살까지 시도했지만, 지난 2일부터 식당에 일자리를 구하면서 정기후원을 신청했다. 이씨는 “건강한 것도 감사한 일이고 기부를 시작할 수 있어 기쁘다”며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어려운 아동을 꾸준히 후원해 대학까지 보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서울 구의1동에 사는 김진순(50)씨는 장애2급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인데도 정기후원을 신청했다. 아는 동생과 월세 20만원의 작은 집에서 정부 보조금을 받아 살면서도 매달 1만원 기부를 시작한 김씨는 “기부할 때마다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지체장애인으로 서울 영등포구청 민생안정전문요원으로 일하는 신기순(51)씨는 한 달치 월급 150만원을 모두 기부했다. 신씨는 “지원이 필요한데도 법규 때문에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까웠고 이들을 돕고 싶었다”며 “나 스스로가 기부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기부를 해달라고 요청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윤영미 기자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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