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담당조사관 “지난해 철도노조 진정 묵살도” 주장…규칙 어긴 월권 비판
현병철(사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논의된 ‘용산참사 관련 의견표명’ 안건과 관련해, 애초부터 내부 운영규칙을 어겨가며 상정 자체를 막으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권위 이아무개 조사관은 지난 6일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현 위원장이 지난달 21일 김옥신 사무총장과 심상돈 조사총괄과장에게 ‘지금 위원들이 전원위에 용산참사 관련 안건을 직접 올리려 하는데, 이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중단하라’고 말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10일 전해졌다. 이 조사관은 ‘용산참사 유가족이 제출한 재정신청 건에 대한 재판부 의견표명’ 안건을 직접 담당한 담당자다.
이 안건은 최경숙 상임위원과 조국·김양원 비상임위원이 준비했으며, 지난달 28일 열린 전원위원회에 상정됐다. 하지만 전원위에서 안건을 논의하던 중, 갑자기 폐회를 선언해 인권단체의 반발을 산 바 있다.(<한겨레> 1월7일치 8면)
현 위원장의 이런 행동은 인권위 운영규칙이 정한 위원의 ‘의안제출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권위 운영규칙 5조는 “위원은 위원회 회의에 2인 이상의 동의를 얻어 의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상임위원들은 이에 대해 11일 열릴 전원위원회에서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합의제 기구인 인권위에서 위원장이 권한을 남용해 용산참사 재판부에 의견을 내자는 안건을 막으려 한 듯하다”며 “만약 그렇다면, 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위원장은 절차상 사무처에서 준비하던 안건을 상임위원이 별도로 제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에서 말한 것”이라며 “이 조사관이 오해한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조사관은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현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철도 파업 중 경찰한테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진정한 건에 대해서도 ‘각하 또는 기각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당시 기각·각하·권고 등 세 가지 의견을 담은 조사보고서를 올렸으나, 현 위원장이 직접 “‘권고’ 의견을 왜 쓰냐”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진정 건은 지난달 철도노조가 스스로 진정을 철회해 정식 안건으로 오르진 않았다. 이 조사관은 “보고를 받으신 위원장님께서 세 번째 의견(‘권고’)은 빼고 상임위에 올리라는 취지의 지시를 하셔서 부당한 지시라고 생각했다”고 글에서 밝혔다.
인권위 관계자는 “위원장이 ‘추가 조사’나 ‘재검토’ 등의 방안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어떤 의견을 빼라고 지시하는 일은 이전에는 한 번도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인권위 관계자는 “위원장이 ‘추가 조사’나 ‘재검토’ 등의 방안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어떤 의견을 빼라고 지시하는 일은 이전에는 한 번도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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