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금 할머니가 전북 순창군 동계면 어치리 자택에서 아들, 며느리와 이야기를 나누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순창/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02살 순창 한옥금 할머니 성인병 없고 집안일도 척척
하루 세끼 먹고 11시간 자…긍정적 마음가짐도 한몫
하루 세끼 먹고 11시간 자…긍정적 마음가짐도 한몫
아침 7시께 눈을 떴다. 아직 감기 기운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며칠 전보다 괜찮았다. 나흘 전 면소재지에서 지어온 약의 효과 때문인 것 같았다. 지난해 추석을 지내고 서울나들이를 한 달가량 다녀온 후유증이다.
지난해 12월16일, 전북 순창군 동계면 어치리에 사는 한옥금(102) 할머니는 하루를 시작했다. 그는 화장실에서 물을 받아 도움 없이 혼자 세수를 했다. 서울에서 손님이 온다고 맏아들(양창섭·76)에게서 전날 들었다. 이날은 손빨래를 생략했다. 그는 자신이 입은 속옷과 양말 등을 직접 빤다. 기운이 있을 때는 아들 것도 며느리(김정애·72) 대신 해준다.
8시께 아침을 먹었다. 식사는 하루 세끼 빠지지 않고 챙긴다. 음식도 개고기만 빼고 골고루 잘 먹는다. 작은 공기의 밥 한 그릇에 국과 반찬을 먹는다. 과식하지 않고 주로 채식으로 조금씩 든다. 그러나 젊었을 때는 쇠고기 육회도 좋아했다. 지금은 치아가 하나도 없어 씹는 맛을 느끼지 못한다. 잇몸으로 음식을 먹는다. 자식들이 틀니를 해준다고 했지만, 관리가 귀찮고 힘들 것 같아서 사양했다. 양치질은 하지 않고 물로 입을 헹군다.
식사 뒤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았다. 여름 같으면 마을회관에 갔을 것이다. 그는 활달한 성격이다. 여럿이 모이는 곳을 좋아한다. 회관에 가면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순창군에서는 박복동(107) 할머니 다음으로 그의 나이가 많다. 그는 아직 고혈압과 당뇨 등 성인병이 없다. 이번 겨울에도 신종플루와 독감 예방주사를 맞지 않았다. 요즘은 날씨가 추워서 집에 있다. 텔레비전에서는 드라마를 했다. 드라마도 끌리지만 풍물놀이, 농악, 명창이 부르는 판소리가 더 좋다.
오전 11시에 서울에서 손님이 왔다. 그는 “농판(바보) 할망구(할머니)를 뭣하러 보러 와겨”라며 전라도 사투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며느리가 손자가 보낸 오가피주를 내왔다. 그는 2잔을 단숨에 마셨다. 평소 소주와 막걸리 1~2잔을 반주로 마신다. 안주로 개운한 김치를 먹었다. 그는 손님들에게 “나가면 먹을 것 사오고 잘해준다”며 아들과 며느리 자랑을 했다. 점심은 12시30분에 먹었다. 상추쌈이다. 집에서 직접 재배한 것이다. 그는 2008년까지만 해도 집안일을 거들었다. 상추와 콩 밭을 매고, 고추 말리는 작업 등을 도왔다. 이웃 신일식(71)씨는 “할머니가 고추 다듬는 일 등 일손이 부족할 때는 뭐라도 도와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들어 몸이 예전만 못하다. 무릎이 좋지 않다. 동계면소재지 한 의원에서 이번 겨울 초입에 양쪽 무릎의 물을 뺐다. 그래서 지금은 걸을 때 지팡이 2개를 사용한다. 2008년까지만 해도 지팡이 1개를 사용했다. 동갑내기 순창군 유등면 정아무개씨와 팔덕면 이아무개씨가 지난해 5월과 7월에 각각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최근 들었다. 근래 들어서는 눈이 갑자기 나빠졌다. 눈에 안개가 낀 것처럼 침침하고 캄캄해 잘 보이지 않는다. 귀도 안 좋아졌다. 하지만 아직 보청기를 낄 만한 상태는 아니다. 전화를 혼자 받을 수 있다. 특히 자신의 방과 거실을 직접 쓸고, 걸레질을 하는 등 집안 청소도 한다. 소에게 짚을 먹이는 일도 한다. 일은 젊었을 때 고생을 많이 해 이골이 났다. 남편과는 40여년 전에 사별했지만 마음 다독이며 긍정적으로 살아왔다. 저녁은 6시에 먹고 9시에 잠을 청했다. 낮잠 1시간을 포함하면 모두 11시간가량을 자는 것이다. 마을 주민 양창욱(72)씨는 한 할머니의 장수 비결에 대해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밝게 살아가시는 게 장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순창/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한옥금 할머니가 지난해 12월16일 두 개의 지팡이를 짚고 자택 마당을 걷고 있다. 할머니는 비록 지팡이에 의지하긴 했지만 102살의 나이에도 걸음걸이가 활기찼다. 순창/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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