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한 정운찬 총리를 태운 버스가 11일 오후 ‘대전·충남지역 방송 3사 공동기획 세종시 대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대전문화방송에 도착하고 있다. 버스 뒤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정문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대전/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세종시 ‘부처이전 백지화’ 확정] 성난 충청권
정부가 세종시를 행정도시에서 경제도시로 바꾸는 내용의 수정안을 공식 발표한 11일, 충청권은 분노와 반대의 목소리를 분출했다. 충청권 시민단체 등은 곧바로 각종 반대집회와 상경투쟁 일정을 짜는 등 ‘일전’의 태세에 들어가기도 했다.
충청권 100여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으로 구성된 ‘행정도시 원안사수 충청권 연대회의’는 11일 오후 연기군청에서 행정도시백지화 전면거부 투쟁선포식을 열고 “세종시 수정안은 충청과 지방 죽이기에 나서겠다는 선전포고”라며 “정부가 원칙과 신뢰를 저버리고 ‘세종시 백지화안’을 밀어붙이면 사즉생의 각오로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이명박 정부는 마치 세종시 백지화에 정권의 사활이 걸린 듯 비열하고 추악한 여론몰이와 민심 조작에 안달하더니 기어코 행정도시를 백지화했다”며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정체불명의 신도시 하나를 억지로 만들려고 세종시를 재벌들의 땅투기 놀이터로 전락시켰다”고 덧붙였다.
연대회의는 이어 “이명박 정부의 지방 죽이기에 맞서 지방독립과 대통령 유고 선언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원안대로’라는 원칙과 정의의 편에서 정권 심판의 성전에 나설 것을 선언한다”고 결의했다. 이날 저녁 조치원역 광장에선 행정도시 사수 연기군대책위원회 주최로 연기군민 1000여명이 참석하는 ‘세종시 원안사수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행정도시 범공주시민대책위원회, 행정도시 원안사수 충청권 연대회의 등 충청권 단체들은 이후 집회 등을 통해 세종시 수정안 반대와 원안 추진 촉구 집회와 각종 토론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14일에는 행정도시 백지화를 규탄하는 전국 지식인 선언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후 서울로 와 서울역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기도 하다.
충청권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반대 대열에 합류해 목청을 돋우었다. 정우택 충북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세종시 원안 추진이라는 소신에 변함이 없다”며 “충청권 민심이 변하지 않았는데도 정부·여당이 수정론을 밀어붙이면 중대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탈당이나 지방선거 불출마 등을 시사했다. 그는 “방법과 시기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2월까지 지켜본 뒤 종합적인 판단을 하겠다”며 정부에 대립각을 세웠다. 박성효 대전시장도 “약속은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지켜질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비판하고 “자칫하다 옆집 잔치에 우리 집 돼지 죽는 꼴이 될 수 있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박 시장은 세종시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거점도시로 지정한 것과 관련해 “35년간 키워온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중심성을 확보하는 것이 오랜 정책적 방향이었다”며 “대전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유한식 충남 연기군수도 “법으로 정해진 국책사업조차 중단시키는 마당에 정부가 발표한 이번 수정안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정부와 여당은 행정도시 원안 건설이란 약속을 즉시 이행하고 신속한 이주민 대책을 추진하라”고 말했다. 유 군수는 이날 조치원역 광장에서 열린 ‘세종시 원안사수 촛불문화제’에 참가했다. 대전 청주/손규성 오윤주 기자 sks219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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