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2일 미국과 중국 간에 새로운 냉전시대(new cold war) 가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정기적 간행물인 「해외경제 포커스」에 게재한 `미.중 경제관계 변화 및 향후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 신냉전시대 전개되나
한은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양국의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경제뿐 아니라 정치.군사면에서도 최강국으로 부상하려는 궁극적 목적을 갖고 있다고 한은은 밝혔다.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2006년 CCTV를 통해 12부작으로 방영한 프로그램 `대국굴기-강대국의 조건'은 중국의 이런 의도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은은 전했다.
또 중국은 경제나 군사력에서 미국에 뒤처져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반미 정서가 강한 지역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만큼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한은은 밝혔다.
예를 들어, 중국은 핵과 관련된 북한과 이란, 탈레반 세력과 연관된 파키스탄 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은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 반미 정서가 높은 지역에 자원개발, 경제원조 등의 명목으로 계속 진출하고 있어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무기를 계속 축적하고 있다고 한은은 밝혔다.
또 중국은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이란, 수단 등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 신흥 강대국의 자원확보 전략은 미국의 핵확산 저지, 대테러 전쟁 등의 대외정책과 충돌하고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은 미국과 중국 간에 새로운 냉전시대가 전개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만큼 무역 불균형과 같은 경제적인 갈등 해소에만 주력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국가전략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에 맞춰 대(對) 중국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잠재적 갈등요인 산재
미국과 중국은 ▲무역 불균형 및 위안화 절상 ▲해외자원 확보 ▲지구 온난화 ▲중국 내 인권 등 잠재적 갈등요인을 갖고 있다고 한은은 밝혔다.
미국은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위안화가 큰 폭으로 절상돼야 하고 중국의 성장 자체가 수출 주도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이 저축률을 높이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위안화 절상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 문제와 관련, 미국과 중국의 견해차는 큰 편이며 중국의 인권문제도 미국이 계속 지적해온 사안이라고 한은은 밝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동안 공세적이었던 미국에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에 따르면 2009년 10월 현재 중국은 7천879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해 전체 외국인 보유액 중 22.8%를 차지했다. 중국 다음으로는 일본(21.3%), 영국(6.6%), 브라질(4.5%), 홍콩(4.1%), 러시아(3.5%) 등의 순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량 매각하거나 매입규모를 줄일 경우, 미국의 장기금리가 상승하고 이는 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한은은 전망했다.
또 중국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제상황을 배경으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국제회의에서 발언권을 높여가고 있다고 한은은 전했다.
그러나 이들 두 나라는 협조와 양보만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은 지구 온난화, 대(對) 테러전, 그린에너지 개발 등 글로벌 이슈를 미국과 중국의 G2 체제가 아닌 G20, UN 등 다자간 채널을 통해 협의할 경우, 양국 간 잠재적인 갈등과 충돌 가능성은 작아진다고 밝혔다.
윤근영 기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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