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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달의 문화, 음력의 전통

등록 2010-01-12 15:12

달의 문화, 음력의 전통

아직 경인년 아니다.

우리나라가 단군기원을 반영한 단기를 공공 연호로 사용한 것은 정부수립이후였다. 그러다 군사정변 후 1962년부터 예수의 탄생을 기점으로 하는 서력기원을 연호로 채택하고 있는데 이후 서기는 공공 연호가 되었고 공식적인 활동의 기준이 되었다.

그리고 한 때 정부는 이중과세를 폐지한다면서 양력 1월 1일을 설로 하여 3일간의 휴일로 하였고, 음력설은 구정이라 하여 휴일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막강했던 군사정부도 신정을 설로 정착시키는 것은 성공하지 못했다. 음력에 뿌리를 둔 민족의 전통을 힘으로 없애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록에 보면 1985년, 음력 1월1일을 민족 명절로 환원하고 다시 1990년 음력 1월1일부터 설날을 전후로 사흘간의 공휴일제가 시행되면서 민족 대명절로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음력 1월 1일을 설로 쇠는 전통과 음력 8월 보름 추석명절이 있고, 부처님 오신날도 음력으로 기억하고 있으며 지역에 따라 단오제 등도 음력 명절 혹은 축제가 있음에도 요즘 국민들의 생활을 보면 평소에는 음력이 거의 잊은 듯하다.

물론 바다를 생업으로 하는 어촌에서는 음력은 아직도 절대적이지만 농촌에서 농사일조차 양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아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들어보면 설과 추석이 음력을 기준이라는 점 외에는 조상들의 제사나 살아있는 사람들의 생일까지도 양력으로 기념하는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양력이 연호가 된 정부가 공식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그런 정부나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음력을 기억하는 것이 번거로울 수 있다는 점을 안다. 먼 곳의 형제자매들이 모이기 쉽지 않은 현실도 이해한다. 제사상에 “감 놔라, 배 놔라”하지 않는다는 옛말을 알고 있기에 굳이 험 잡을 일도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음력의 시작이 설인지는 알아도 60갑자에 의한 12간지의 시작이 언제인지는 제대로 모르는 젊은이들이 있는 것 같다.

2010년이 되자 방송에서도 “스스럼없이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는 표현하는 경우를 많이 들었다. 신문들도 덩달아 백호의 해라며 호랑이 사진을 1면에 두는 경우도 봤다.

그런데 오늘 목욕탕에 갔다가 들었던 30대의 두 젊은이가 하는 말은 황당했다.

주변 친구의 출산 이야기를 하던 중 “2010년 1월 1일에 태어난 아이는 호랑이 띠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2010년 1월 1일은 음력으로 기축년 동짓달 열이렛날이다.”

“경인년은 2월 14일 설 이후를 말한다.”

“만약 사주를 본다면 그렇게 말해야한다.”

다행히 내 설명에 젊은이들은 수긍해주었지만 국민들이 양력과 음력의 이중 구조를 혼동하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런 혼동을 언론이 부채질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공식적인 행사는 양력을 사용하지만, 집안의 제사나 자녀들의 생일은 음력으로 챙긴다. 그래서 아직도 음력과 일진이 자세하고 글씨가 큰 달력을 선호하여 달력을 구하면 제일 먼저 그 날을 찾아 표시하는 것이 연례행사가 되었다.

양력의 장점을 모르지 않는다. 서기가 공용화된 사회에서 양력의 편리함도 알고 있다.

그러나 설과 추석에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고향을 찾는 사람들을 보며 아직 우리 민족의 전통 속에 음력이 뿌리 깊게 남아 있음을 본다

나는 서양이 태양의 문화라면 동양의 문화는 달의 문화라는 생각도 한다.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이라는 달의 명칭도 그렇지만 조상들이 남긴 문학작품에 달의 이미지는 얼마나 다양했던가!

태양을 피해 그늘로 가는 사람은 있어도 달을 보고 숨는 사람은 없다. 초승달의 요염함, 상현달의 기다림, 보름달의 충만함, 하현달 허전함과 그믐달의 쓸쓸함을 모르는 사람들도 없다. 물때를 봐가면서 바다에 나가는 사람들, 설과 추석과 단오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달의 생명력을 살리는 음력도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각종 언론 등 사회화기관들도 음력의 기능과 용도를 분명히 해주었으면 한다. 또 우리 문화 속에 남아 있는 음력의 의미를 다시 새기는 노력도 했으면 한다. 서기로 시작하는 한해와 설날로 시작하는 12간지의 해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면 싶다.

나아가 이제는 음력과 관련한 우리의 문화, 즉 조상들에 대한 기제사나 당제, 5월 단오, 유월 유두, 7월 백중 등 민속 행사도 살려나갔으면 한다.

우리 문화를 지키는 일이 세계화속에 우리민족이 살아남는 길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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