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 급증 탓 전력예비율 2000년 이후 최저
광역정전 가능성도…“전열기 사용 자제를”
광역정전 가능성도…“전열기 사용 자제를”
폭설과 한파가 계속되면서 난방수요가 급증해 겨울철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주에만 나흘 연속(5~8일) 최대 전력수요 기록이 경신되면서 정부도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12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최근 전력 수급 현황’을 보면, 지난 8일 오전 11시 최대 전력수요량은 6856만㎾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전력수요는 1993년 이후 16년 만에 여름철 최대 수요(6321만㎾)를 훌쩍 넘었고, 전체 공급능력에서 최대 수요를 뺀 예비전력도 441만㎾로 뚝 떨어졌다. 예비전력의 안정적 수준인 600만㎾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전력 예비율도 6.4%로, 2001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력수요가 계속 늘어 예비전력이 400만㎾ 이하로 내려갈 경우 광역 정전과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경부는 설명했다.
최근 전력수요 증가는 경기회복에 따른 산업용 전력소비 증가세에다 계속된 한파에 따른 난방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통상적으로 기온이 1도 떨어질 때마다 전력수요는 40.9만㎾씩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가 지속되는 등 이상한파가 계속될 경우 최대 전력수요가 7000만㎾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럴 경우 예비전력은 322만㎾(예비율 4.6%)로 떨어지는 비상상황을 맞게 된다”고 말했다.
최경환 지경부 장관은 이날 대국민 담화문을 내어 “이미 프랑스에서는 예비전력 부족 등으로 시민들이 추위와 어둠 속에서 몇 시간씩 떨기도 했다”며 전열기 사용 자제와 적정 실내 난방 온도(20도 이하) 유지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또 지경부는 전력거래소와 한국전력공사 등이 참가하는 전력수급대책본부를 구성해 수급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불시점검을 통해 에너지 낭비가 심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명단을 발표하고 공공기관 평가에도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 장관은 담화문 발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모레쯤 기온이 가장 낮을 것이라는 예보가 나와 우선 단기 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재 요금 체계나 소비 수준으로 보면 내년 겨울철에도 다시 부하가 걸릴 가능성이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연료비 연동제를 포함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 등 적절한 수요조절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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