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도 ‘서울 찬가’
학연·지연 우려속 지방대 합격생 포기 속출
편입도 ‘서울로’…“대학별 서열경쟁도 고민”
편입도 ‘서울로’…“대학별 서열경쟁도 고민”
경기권 한 대학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기생이던 ㄱ(29)씨는 지난해 말 새로 입학시험을 치러 서울의 명문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이른바 ‘로스쿨 반수생’인 셈이다. 자신이 나고 자란 도시의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다니던 터라 ‘로스쿨 갈아타기’는 부담스러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ㄱ씨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로스쿨 수업을 들으며 현직 법조인들을 만나볼 기회가 많았는데, 법조인이 된 뒤에도 결국 학연·지연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며 “로스쿨 졸업 뒤 변호사 시험 등에 대해서도 확정된 내용이 없어 더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김아무개(34)씨는 지난해 말 서울의 한 사립대 로스쿨과 지방 국립대 로스쿨 두 곳에 응시했다. 서울 사립대는 낙방하고 지방 국립대엔 합격했지만, 고민 끝에 등록을 포기했다. 김씨는 “지금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들은 2016년까지 배출되는 사법시험 합격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라며 “지방대 로스쿨 출신이 가질 수 있는 장점보다 지금 직장을 다니는 편이 더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로스쿨이 지난해 처음 문을 연 뒤 두번째 입학생을 받기 시작하면서, 지방 로스쿨 재학생의 연쇄이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로스쿨 수험생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 등에는 지난해 ‘강·제·동·원·령’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강원·제주·동아·원광·영남대 로스쿨에 대규모 미등록·이탈 사태가 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이런 우려가 실제로 나타나진 않았다. 하지만 한 지방대 로스쿨 재학생은 “졸업을 해도 사법시험 출신자들에 비해 차별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고, 대학별 로스쿨 서열 경쟁에서도 밀릴까봐 고민”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취업난 시대에 지방대 로스쿨 출신 1세대들이 겪어야 할 이중고에 대한 두려움인 셈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세운 대책도 지방 로스쿨 학생들의 공동화 현상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 6일 ‘로스쿨에 결원이 발생했을 때는 다음해에 정원외 선발로 학생을 보충할 수 있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로스쿨들끼리 편입학 전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서울지역 로스쿨은 빈자리를 메울 수 있지만, 지방대 로스쿨은 편입학을 지원하는 학생이 없을 것에 대비해 다음해에 결원을 보충하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승환 교수는 “먼저 각 학교들은 법조 실무교육을 실질화하는 등 학교에서 받은 교육만으로 학생들의 미래가 보장된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여기저기 남아 있는 사법시험 시대의 법조계 유물들을 정책적으로 정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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