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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일본은 사죄하라” 18년째 한결같은 외침

등록 2010-01-13 20:45수정 2010-01-13 23:15

13일 낮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900번째 ‘수요집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길원옥 할머니(앞줄 가운데 서 있는 이)가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1992년 1월8일 시작된 이 집회는 8일로 만 18년을 맞았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13일 낮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900번째 ‘수요집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길원옥 할머니(앞줄 가운데 서 있는 이)가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1992년 1월8일 시작된 이 집회는 8일로 만 18년을 맞았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현장] 위안부 할머니들 900번째 ‘수요집회’




한파에도 200여명 모여
공식사과·피해배상 촉구
“입 다문다고 죄 안없어져
양국 정부 대응 부끄럽다”

6년 만에 가장 추웠던 13일, 낮 기온 영하 12도의 매서운 추위를 견디며 여든 살을 넘긴 할머니들이 거리에 나섰다. 이번이 900번째다.

이날 낮 12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 길원옥(83)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네 분이 맨 앞에 나란히 앉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라는 펼침막도 무릎 앞쪽에 들었다. 1992년 1월8일부터 수요일마다 18년 동안 열린 ‘수요집회’가 900회를 맞은 것이다.

길 할머니는 이날도 빨간 손장갑을 낀 손을 들어 “사죄하라, 사죄하라”고 외쳤다. 1940년, 당시 12살이었던 할머니는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해방될 때까지 중국에서 위안부로 보냈다. 나이 든 뒤엔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는 수요집회가 900회에 이르기까지 공식 사과조차 없는 일본 정부와, 이를 지켜보고만 있는 한국 정부에 쓴소리를 했다. “정의는 살아 있기에 언젠가는 승리할 것이며, 입 다물고 있다고 죄가 없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끄러운 건 우리가 아니라 바로 한·일 정부입니다.”

평소 40~50명이 참여하던 수요집회엔 이날 200명이 넘게 참가했다. 그 자리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할머니들과 함께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 관계자들도 자리를 지켰다. 일본에서 건너와 2006년부터 수요집회에 늘 참가해온 나눔의 집 연구원 무라야마 잇페이(30)는 “900이란 숫자의 무거움을 일본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도 알아야 할 텐데…”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초등학생 두 딸과 함께 나온 원재연(39)씨는 “할머니들이 연세가 많아 사실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집회에 나와야 하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며 “아이들에게 역사의 의미를 알려주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1993년부터 정부에 위안군 피해자로 등록된 234명 중 생존자는 현재 87명에 불과하다. 147명의 할머니들이 가슴에 한을 품고 세상을 떠났다.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82) 할머니는 “사죄하기 전까지 난 안 죽는다. 우리 다 죽기 전에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성명을 내어 “900번의 시위에도 꿈쩍 않는 철문은 우리에게 포기하라 하지만,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해결하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배상을 요구했다. 올해로 결성 20돌을 맞는 정대협은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해 한·일 양국에서 시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이날 수요집회는 일본·독일에서 함께 열렸고, 일본 민주당 중의원 1명과 참의원 2명, 일본의 시민단체 ‘위안부 문제의 입법해결을 요구하는 모임’, ‘국제앰네스티’ 등은 연대 성명을 보냈다.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협정 체결 당시엔 논의조차 되지 않았고, 일본 정부는 계속 “민간에서 한 것”이라며 군 개입을 부정했다. 그러다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이 일본군이 위안부 연행에 개입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발표했으나, 여전히 공식 사과 등은 없었다. 올해는 경술국치 100년, 해방된 지 65년이 되는 해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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