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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덕화와 전두환은 다릅니다”

등록 2005-06-06 18:56

 6일 오전 전남도청 앞에서 드라마 <제5공화국>에 출연한 계엄군들이 중무장한 채 경비를 서고 있다.
6일 오전 전남도청 앞에서 드라마 <제5공화국>에 출연한 계엄군들이 중무장한 채 경비를 서고 있다.

‘제5공화국’광주항쟁 계엄군 첫 발포 금남로 촬영현장
단역으로 다시 선 그때 시민군들

“실탄 확인, 이상 무!”

6일 오전 10시30분 전남도청 안 주차장에서 문화방송 특별기획 드라마 <제5공화국>(연출 임태우) 촬영이 시작됐다. 계엄군 소대장이 부대원들에게 실탄을 나눠주며 “발포 명령이 떨어지기 전에 절대 쏴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다. 그 순간 배역들과 이들의 연기를 구경하던 시민의 얼굴에 그해 5월과는 또다른 긴장감이 감돌았다. %%990002%%

제작진은 이날 계엄군이 첫 발포를 했던 1980년 5월21일 상황을 카메라에 담았다. 전남도청 정문 앞에는 장갑차 2대와 군용트럭 4대가 배치됐고, 중무장한 계엄군이 바리케이드를 쳤다. 도청 건물 옥상에선 공수부대원들이 시민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피의 거리’ 금남로에는 당시의 노선이 표시된 시내버스와 ‘포니2’ 택시가 놓였다. 유리창이 깨진 시내버스엔 붉은 페인트로 ‘전두환을 찢어 죽이자’ ‘계엄 철폐’ 등의 구호가 적혀 있었다. 제작팀은 시위대에 각목과 쇠파이프를 나눠주며 “촬영 때 웃으면 안 된다”고 수차례 당부했다. 촬영이 시작되자 시위대들은 도청 앞으로 몰려갔고, 일부는 시내버스 위에 올라가 대형 태극기를 흔들었다.

시위대는 제작진의 오케이 사인이 날 때까지 반복해 “공수부대 물러가라”를 외쳤다. 첫 발포 장면은 오후 4시께 재연됐다. 당시 낮 12시까지 철수하기로 했던 계엄군은 오후 1~2시께 시민군을 향해 무차별로 총을 쏘아댔다. 이날 계엄군 역을 맡은 박정래(36)씨는 “당시 초등학교 5학년으로 광주의 상황을 잘 몰랐는데, 군인들의 진압이 생각했던 것보다 잔혹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990003%%

이날 시위 대열에는 5·18민중항쟁유공자회 회원 5~6명이 직접 참여했다. 고교 2학년 때 총을 들고 시민군으로 활동하다 도청에서 ‘폭도’로 붙잡혔던 박하성(42)씨는 “현행 역사 교과서에는 5·18민중항쟁이 단 두 줄만 기술돼 있다”며 “5·18을 잘 모르는 젊은 세대들이 전두환 역인 이덕화씨의 카리스마에 호감을 갖는 것은 모두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시민군 순찰대원이었던 김호동(48)씨도 “5·18을 계기로 드라마에서 신군부의 마각이 드러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단역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5·18 모르는 젊은세대 카리스마에 호감
인기 드라마계기 신군부 마각 드러나길

200~300여명의 시민들은 드라마 촬영 장면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남아무개(43·회사원)씨는 “드라마가 인기를 모으면서 인터넷 카페에 ‘전두환을 사랑하는 모임’(전사모)까지 생겼다는 소식에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며 “제작팀이 시청률에 연연해 악인을 미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990004%%
이에 대해 제작팀 김상래(연출)씨는 “혹시 광주의 진실이 왜곡되고 과장되지 않을까 부담스럽고 걱정이 된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적이 없었던 발포 명령자를 건드리는 등 정공법으로 역사의 진실을 그리겠다”고 말했다. 드라마엔 악역에 맞서는 인물로 시민군 대변인 고 윤상원씨와 시민군 상황실장 박남선씨가 나온다. 3일부터 광주에서 촬영한 ‘광주 편’은 11일부터 2주 동안 15~18회 4차례에 걸쳐 방영된다. 광주/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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