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대형사고 생존자들 ‘치유캠프’ 열었다

등록 2005-06-06 20:07수정 2005-06-06 20:07

 서울내러티브연구소가 4일부터 6일까지 한국기독교백주년기념관과 서울대병원에서 연 재난 피해자들을 위한 치유캠프 ‘나누는 체험, 아름다운 삶’ 행사에서 꼭꼭 억눌러온 자신의 고통을 털어놓은 피해자들이 서로 손을 꼭 잡아주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서울내러티브연구소가 4일부터 6일까지 한국기독교백주년기념관과 서울대병원에서 연 재난 피해자들을 위한 치유캠프 ‘나누는 체험, 아름다운 삶’ 행사에서 꼭꼭 억눌러온 자신의 고통을 털어놓은 피해자들이 서로 손을 꼭 잡아주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아직도 가슴이 조마조마 자조모임 만들기로 했어요"

이영희(40)씨는 밀폐된 장소에 가면 마음이 불안하고 건물에 들어서면 비상구부터 찾는다. 가스 배달차만 봐도 터질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지하철을 타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5일 오후 서울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지하 강당에는 이씨를 비롯한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부상자와 유가족, 2002년 김해 중국 여객기 추락사고 유가족 등 대규모 재난 피해자 30여명이 모였다. 서울내러티브연구소가 재난 피해자들의 고통 극복을 돕기 위해 4일부터 6일까지 2박3일간 마련한 ‘나누는 체험, 아름다운 삶’이란 이름의 치유 캠프였다.

대구에 사는 하아무개(29)씨는 2003년 2월18일 오전 대학 졸업식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암흑 속에서 한 아줌마와 껴안고 있었어요. 아줌마는 그냥 있자고 말했지만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혼자서 벽을 더듬고 빠져나왔어요. 그 아줌마를 강제로라도 끌고 나왔다면 살았을 텐데 하는 생각에 지금도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딸(22)이 지하철 참사로 다친 김아무개(48)씨는 뉴질랜드로 떠났다가 되돌아왔다. 김씨는 “조리학과를 졸업한 딸은 사고로 후각이 마비돼 요리사 꿈을 접었고, 툭하면 울고 사람 만나기를 꺼린다”고 말했다.

지하철 참사 피해자들은 당시 사람들이 아우성치는 소리, 숨통을 조여오는 연기 냄새, 죽음에 대한 공포감 등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환청과 불면증 등을 하소연했다. 상당수는 혈액순환 장애 등 후유증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서울내러티브연구소 소장인 최남희 서울여자간호대 교수는 “재난 피해자들은 사고 당시의 기억을 억누르며 스스로 고립된 채 살아간다”며 “자기 상처를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밖으로 드러내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번 캠프가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캠프에 참가한 이들은 피해자들끼리 자조 모임을 만들기로 했고, 앞으로 다른 재난 때 자신들의 재난극복 경험을 전해주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이호을 기자 he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