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인 이름이 ‘박○○’라고 하는 것 같았고요, 당시 어둡긴 했지만 머리가 짧고 단정한 스타일이었어요.”
지난해 2월 경기도의 한 지역에서 정아무개(14)양 등 2명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제보를 받은 경찰은, 탐문 수사 끝에 용의자 5명을 추려냈다. 5명 가운데 3명은 정양이 경찰에서 진술한 이름을 가진 이들이었다.
경찰은 정양 등에게 이들 5명의 사진을 보여준 뒤, 이른바 라인업(목격자 앞에 용의자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놓고 범인을 고르게 하는 방법)을 했다. 정양 등은 자신이 경찰에서 진술한 이름을 가진 3명 가운데 유일하게 머리가 짧고 단정한 박아무개(24)씨를 지목했다. 박씨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주장하는 등 범행을 부인했지만, 1심 법원은 박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이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데 이어, 대법원은 6일 박씨의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경찰이 제시한 5명의 사진 아래 이름이 쓰여 있었으므로, 피해자들은 자신이 말한 이름을 가진 사람 가운데 인상착의가 같은 사람을 범인으로 단정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피해자들이 직접 들었다는 범인의 이름도 범인들이 거짓으로 둘러댄 것일 가능성이 있어 피해자들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라인업’의 신빙성을 높이려면 “범인의 인상착의에 관한 목격자의 진술을 상세히 기록한 뒤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러 사람을 동시에 제시하고 △용의자와 비교 대상자가 목격자들과 사전에 접촉할 수 없게 하고 △대질 과정과 결과를 문자와 사진 등으로 문서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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