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 ‘분리발주’ 중소기업 지원법 어기고 ‘일괄발주’
중기청 “레미콘·자재 등 공공구매 적용안해”
중기청 “레미콘·자재 등 공공구매 적용안해”
정부가 숱한 반대 여론에도 강행하는 4대강 사업이 중소기업을 배제한 채 진행되고 있다. 주사업자인 수자원공사가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을 무시하면서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탓이다.
중소기업청은 17일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주한 ‘낙동강 살리기 18공구 사업’에서 관련 법률에 따라 레미콘을 중소기업자 간 제한경쟁을 통해 구매한 뒤 시공사에 직접 건네야 함에도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수공은 중기청이 이를 수정하라고 수차례 권고했지만 여전히 따르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낙동강 18공구 외에 4대강 사업 대부분이 중소기업 지원관련 법률을 어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중기청장이 지정한 중소기업 제품 공사용 자재를 직접 사서 제공하겠다는 공고를 거의 볼 수 없다”며 “현행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직접 구매할 수 없는 경우 이유를 공표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역시 지키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진흥 및 제품구매 촉진에 관한 법률은, 중기청장이 지정한 품목에 대해선 공공기관이 직접 구매하거나 공사 발주 시 중소기업자 간 제한경쟁으로 입찰을 해 시공사한테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레미콘이나 아스콘 같은 자재를 시공업체가 바로 구매할 경우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로 중소기업에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부실 자재 사용 우려가 있어 공사 발주 때 의무적으로 분리발주를 해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으로 예외가 있을 경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그 이유를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중기청은 지난해 11월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로 개정해 예외조건을 좀더 구체화했다.
중기청은 수공이 턴키(설계부터 시공까지 낙찰업체가 일괄책임지는 계약)로 발주한 낙동강 18공구 사업에 대해, 레미콘을 공사가 직접 사 주시공업체인 지에스(GS)건설에 제공하라고 지난해 11월과 12월 두차례 권고했다. 하지만 수공은 품질상의 이유를 들어 이를 거절하고 있다. 수자원공사 임병민 물길사업1팀 차장은 “품질, 생산관리 등의 이유로 레미콘을 포함해 아스콘, 콘크리트벽돌 등 22개 품목을 예외로 정했다”며 “공사 발주는 지난해 6월에 했고 관련 법률은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돼 관련 법 적용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기청은 수공이 법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병권 공공판로과장은 “관련 법률이 지난해 11월 개정됐지만 공공기관이 중기청장이 지정한 공사용 자재를 직접 사도록 하는 것은 기존 법률에도 있던 것”이라며 수공이 현행 법령을 어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기청마저도 4대강 사업에서 일어나는 위법 사항에 대해 적극 대처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정부는 그동안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해 공공구매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이뤄지는 것이 없다”며 “4대강 사업도 중소기업 참여기회 확대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공사를 싹쓸이한 대기업만 배불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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