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수화 도슨트’ 국내유일 운영
“노란 끈은 황금, 하얀 끈은 은, 붉은 끈은 군인을 가리킵니다.”
지난 14일 ‘태양의 아들, 잉카’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들에게 결승문자(끈을 묶어서 의미를 전달하는 글자)인 ‘키푸’(Quipu)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관람객들이 “그렇구나”를 연발했다. 그런데, 전시실 안에선 아무런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수화 통역사 정순희(30)씨의 설명이 수화로 진행된 덕분이다. 설명을 듣는 예닐곱명의 관람객들도 연신 손으로 가슴께를 쓸어내렸다. “(이제야) 알겠다”는 뜻의 수화다.
이렇듯 국내 일부 전시회에 ‘수화 도슨트’ 서비스가 도입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도슨트’(docent)란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이들로, 수화 도슨트는 청각장애인에게 수화로 설명을 들려준다.
이날 1시간 남짓 ‘고대 잉카 여행’을 마친 청각장애인 한정인(42)씨는 “난생처음 수화 도슨트한테서 전시회 설명을 들었다”며 “전시회를 가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은데 청각장애인을 위해 별도로 친절한 설명을 해주니 행복한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국내에 정규 수화 도슨트를 둔 곳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유일하다. 보통 1만원의 입장료(성인 1인 기준)를 내야 하지만, 청각장애인들에겐 무료다.
수화 도슨트는 수화나 미술 가운데 한쪽을 전공한 뒤, 다른 한쪽도 높은 수준의 훈련을 거치기 때문에 양쪽 모두에서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정씨는 “수화 도슨트 서비스가 잘 알려지지 않아 이용 횟수가 한 달에 5차례를 넘지 못한다“며 “한두 명이 와도 이용할 수 있으니 청각장애인들이 수화 도슨트를 적극 활용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인터넷이나 팩스를 통해 사전에 예약(문의 02-2077-9085)하면 언제든 편한 시간에 전시 해설을 이용할 수 있다. 영상통화 시스템을 갖추고 무료로 예약 대행 등 청각장애인의 편의를 돕는 한국정보화진흥원 ‘통신중계서비스’를 이용하면 예약이 간편하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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