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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도전하는 인생에 늦은 때란 없다”

등록 2010-01-18 19:02수정 2010-01-19 17:05

지영선(60) 전 보스턴 총영사
지영선(60) 전 보스턴 총영사
환경련 공동대표로 인생 3막 여는 지영선씨




‘도전하는 사람.’ 지영선(60·사진) 전 보스턴 총영사의 글을 읽노라면 이 두 마디 말이 떠오른다. 33년 기자생활을 접고 외교관의 꿈을 키웠다. 보스턴 총영사로 2년3개월. 그는 다시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 시민환경단체 환경운동연합의 공동 대표가 되었다.

그가 총영사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지 1년여 만에 한 권의 책을 펴냈다. <링컨 타운카를 타고 보스턴을 달리다>(이매진)는 외교관 지영선이 ‘문화 총영사’로 보스턴의 곳곳을 누빈 기록이다. ‘링컨 타운카’란 보스턴 총영사인 그와 함께 그 도시를 내달린 관용 차를 말한다. 책에는 ‘화려한 외교관’의 외관 뒤에 숨은 노심초사와 땀 어린 노력이 켜켜이 담겼다. 조미료를 치지 않은 정갈한 한식처럼 과장하지 않는 소탈함이 독자의 공감을 끌어낸다.

그는 “외교관 경험도 없이 총영사가 된 한 독신 여자의 고생담”이라고 겸손해 했지만, 그가 보스턴 총영사로서 이룬 일들은 ‘초짜’ 외교관의 그것을 훌쩍 넘어선다. 미국에서도 역사와 전통을 뽐내는 도시 보스턴에서 한국영화제 개최를 성사시켰으며, 국악 연주회로 미국인들의 귀를 ‘호강’시켰다. 일제시대 말을 배경으로 한국인을 가해자로, 일본인을 피해자로 묘사한 소설 <요코 이야기> 문제를 이슈화시킨 일은 그 첫손에 꼽힌다.

33년 기자생활 뒤 보스턴 총영사 지내며
미 학교교재서 ‘요코이야기’ 제외등 활약
“다들 ‘녹색’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어느날 총영사 관저로 보스턴의 한인 학부모 아그네스 안 부부와 헨리 장 부부가 찾아왔어요. 그런 소설이 미국 공립학교 교재로 쓰이고 있다는 거였죠. 그들의 말에 귀기울이던 나는 직감했지요. ‘이건 중요한 일이야. 내가 해야 할 일이야.’ 그 일에 딱 달라붙었어요.”

6학년 진학을 앞두고 읽기 교재를 미리 보고 있던 보스턴의 한인 학부모 아그네스의 열 살 난 아들이 흐느껴 울었다고 했다. 왜 그러냐는 엄마의 물음에 아이는 이렇게 되물었다. “엄마, 왜 한국 사람들은 착한 일본인들을 그렇게 괴롭혔어요?” 막내아이를 자신의 뿌리에 대한 모멸감으로 울게 만든 그 책을 이미 큰아들과 딸이 학교에서 읽고 배웠다는 생각을 하니 아그네스는 기가 막혔다고 했다.

아그네스를 비롯한 학부모들이 원했던 것은 보스턴 총영사가 학교와 교육당국에 항의편지를 보내는 것이었다. 지영선 총영사는 그보다 훨씬 멀리 나갔다. “(해당) 학교와 매사추세츠 주정부 교육청, 상원의원 등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편지를 보냈지요. 한인 사회가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한인 단체장들과 한국학교 관계자, 한인신문 기자들을 초청하여 두 학부모의 발표 자리를 마련했고요. 그해 말엔 미국주재 한국 총영사 전체회의에 이 문제를 들고 갔지요.” 그의 발제로 <요코 이야기> 문제는 보스턴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총영사관 10곳이 함께 대처해야 할 사안으로 떠올랐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미국 언론을 통해 이 문제를 이슈화하기 위해 <보스턴 글로브>의 논설위원을 만났고, 결국 한국사를 전공한 하버드대 교수의 기고가 그 신문에 게재되었다. 그렇게 그 사건은 미국사회에 이슈로 떠올랐다. 그 뒤 로스앤젤레스 등 많은 학교에서 그 소설이 교재목록에서 제외됐다. 기자들의 용어로 표현하면 지영선 총영사는 보스턴에서 ‘특종’을 건진 것이다.


<한겨레> 생활·환경부장과 논설위원 등으로 기자 시절 환경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온 그는 이제 환경운동으로 인생3막을 열고 있다.“다들 녹색을 이야기하는데 실은 완전히 그 반대로 가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4대강 문제는 심각하지요.”

‘도전하는 여자’ 지영선. 그의 책은 삶의 방향 전환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근조근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꿈꾸기를 멈추지 말자. 도전하고자 한다면 너무 늦은 때는 없다. 오늘이 우리가 살아 있는 날들 중 가장 젊은 날이 아닌가?”

22일 오후 5시부터 서울 인사동 관훈클럽 신영기금회관에서 출간 축하모임이 열린다.

글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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