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0만명 선발…안전 빌미로 신청조차 막아
“정부가 앞장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비난
“정부가 앞장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비난
실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준다며 시작한 올해 희망근로 사업에 중증장애인은 아예 참여할 수 없게 돼 있어 정부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행정안전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2010년 희망근로 신청자 접수 공고문’을 보면, 희망근로 접수·선발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람으로 ‘중증장애인 등 근로가 불가하다고 판단되는 자’를 포함시켰다. 지난해까지는 중증장애인도 신청할 수 있었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채용 여부를 결정했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 지침으로 장애 1·2등급과 3급 일부 등 중증장애인이 희망근로 신청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희망근로는 지난 13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신청을 받은 뒤 10만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 희망근로 일자리는 지붕수리·도배 등 노동 강도가 세다”며 “안전문제도 있고 일자리도 중증장애인이 할 수 없는 것이어서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부가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수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팀장은 “중증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희망근로에 신청조차 하지 못하게 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며 “중증장애인은 취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취약계층으로, 이들을 배제한다는 것은 희망근로제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0조는 ‘모집·채용, 임금 및 복리후생 등에 있어 장애인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으며, 제11조에는 ‘장애인이 해당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근로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장애인 고용에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가 오히려 장애인 고용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거리청소 공공근로를 하는 뇌병변 중증장애인 이아무개(44)씨는 “차상위계층이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입사원서를 들고 기업체 수백 곳을 돌아다녀도 취직을 할 수 없었는데, 그나마 공공근로 덕에 살고 있다”며 “정부가 중증장애인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앞장서 빼앗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증장애인의 실업률은 13.5%로 평균 실업률(3.3%)과 견줘 4배 이상 높다.
은종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팀장도 “이명박 정부가 희망근로를 대표적인 친서민정책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도 정작 중증장애인의 일자리를 만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장애인고용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에 행안부 관계자는 “경증장애인에겐 본인과 가족에게 가산점을 주는 등 희망근로 취업에 혜택을 주고 있다”며 “전체 장애인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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