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렬 판사 “교통사고 주부에 특별인부 임금 보상”
가사노동은 단순 육체노동이 아니라 특수한 조건에서 작업하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21 단독 이정렬 판사는 6일 주부 김아무개(41)씨 등 교통사고 피해자의 가족들이 가해자의 보험사인 ㄷ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ㄷ사는 2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배상액은 전업주부인 김씨의 임금을 사고가 난 2003년 상반기 특별인부의 임금인 하루 6만5734원으로 산정한 결과다.
지금까지 손해배상 산정 때 주부의 노동가치는 도시 보통인부의 임금(2003년 상반기 기준 하루 5만580원)을 기준으로 삼아왔다. 보통인부와 특별인부의 임금 기준은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건설업 임금실태 조사보고서의 시중 노임 단가에 따른 것이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주부는 가정에서 음식을 만들거나 세탁하고, 육아와 자녀 교육을 맡는 것뿐만 아니라 가정의 미래 설계 등 가정 경제를 경영하고 있다”며 “주부를 기능이 없는 단순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인 보통인부로 보는 것은 부당하며, 특수한 작업 조건에서 작업을 하는 특별인부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김씨는 정신지체장애 2급인 자녀를 보호하고 돕는 역할도 했기 때문에 특별인부로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김씨 부부는 2003년 1월 광주시 남종면 이석리 앞 길에서 김아무개씨가 운전하는 소형 승합차가 중앙선을 넘어와 사고를 당했다. 그러나 승합차 운전사 김씨의 보험사인 ㄷ사 쪽에서 김씨 부부가 안전띠를 매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를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려 하자 소송을 냈다.
이 판사는 김씨 부부가 병원 일반실이 아닌 특실에 입원한 추가 비용과 보약으로 한약재를 사먹은 비용은 교통사고로 인한 불가피한 비용 지급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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