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정현(53)씨
새 소설 ‘아버지의 눈물’ 출간한 김정현씨
소설 <아버지>의 작가 김정현(53·사진)씨가 또 하나의 아버지 이야기 <아버지의 눈물>(문이당)을 내놓았다. 1996년에 나온 <아버지>는 300만부 넘게 팔리면서 ‘아버지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평범한 가장 한정수가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뒤 가족과 남은 생애를 정리하는 모습을 통해 아버지와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 작품이었다. 요즘의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아버지 판이었던 셈이다. 그로부터 14년 뒤 내놓은 <아버지의 눈물>은 작가 또래인 50대 초반 가장의 꿈과 책임 사이의 괴리, 가족들과의 소통 부재에서 오는 슬픔을 다루었다.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거의 잃어버린데다 직장에서도 막다른 데로 몰린 주인공 김흥기는 이 시대 또래 남성들의 전형과도 같다. 가족들과 소통못하는 50대 가장 이야기
8년전 중국으로 건너가 역사·문화 탐구 19일 낮 서울 시내에서 기자들과 만난 작가 김정현씨는 “‘아버지’를 이해할 만한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소설 <아버지>를 썼고 상업적으로 성공했다는 사실이 매우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아버지>를 쓸 때 제 나이가 마흔 안팎이었습니다. 저 자신의 경험이 아니라 선배와 어른들의 삶을 뒤동냥해서 소설을 썼죠. 이번 소설에는 저와 제 친구들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삶의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방황하고 실수도 하는 세대의 이야기죠.” 아들 둘을 둔 주인공 김흥기는 친구의 권유로 공금을 유용해서 주식에 투자했다가 다 날리고 눈덩이 같은 빚만 떠안게 된다. 제대한 뒤 대학에 복학하라는 권유를 뿌리치고 새로운 길을 찾아보겠다는 큰아들, 고시를 준비하는 작은아들과 그 작은아들 뒷바라지에 신경이 온통 쏠려 있는 아내 그 누구에게도 고민을 털어놓을 수 없다. 결국 큰 돈을 선뜻 빌려주겠다는 친구의 호의를 받아들였다가 뜻밖에도 범죄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은 어머니와도 같은 누나의 눈물을 보면서 자수할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런 아버지의 ‘정직한’ 선택을 식구들 역시 지지하구요. 신파조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정직함에서 비롯되는 진정한 소통의 가치를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나이 들어서 자식 때문에 눈물을 펑펑 흘려 보면 인생에 대해 비로소 후회도 하고 반성도 하게 되는 것 같더군요.” <아버지>의 성공 이후 남북관계를 다룬 소설 취재차 중국에 갔던 작가는 그곳에서 중국 역사와 문화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8년 전에는 아예 거처를 중국으로 옮기고 관련 책자를 섭렵하는 한편 중국 전역을 답사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처럼 5천년 중국 역사와 문화를 담은 ‘중국인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완전 귀국은 그 뒤에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사진 문이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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