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1년]
진상규명·구속자 해결 촉구
진상규명·구속자 해결 촉구
지난해 1월20일 일어난 ‘용산참사’ 1주년을 하루 앞둔 19일 낮.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 앞에선 함정애(66)씨가 점심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유가족이 떠난 참사 현장은, ‘용산 4구역 세입자 대책위원회’ 소속의 세입자 23명만이 조를 나눠 돌아가며 지키고 있었다.
이 건물에 1년 가까이 들어 있던 분향소의 영정과 향로 등은 지난 9일 장례식을 치른 뒤 치워졌고, 그 대신 대형 걸개그림이 걸려 있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신부 등이 기거했던 ‘기도 천막’ 안도 텅비었다.
이들 세입자들은 지난 2008년부터 턱없이 부족한 휴업보상금에 반발하며 대책위를 꾸려 재개발조합과 싸웠다. 지난해 1월19일 이 건물 옥상에 망루를 쌓고 농성을 시작했다. 하지만 농성 이틀째,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그 중 2명이 세입자 대책위 소속이었다.
그날 이후 세입자들은 지난 1년 동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유가족들과 함게 싸워왔다. 청와대, 국회, 경찰, 그리고 거리…. 안 가본 곳이 없다고 했다. 세입자 함씨는 “신경 쓸 게 너무 많아 오히려 그날 생각이 잘 나질 않는다”며 “1주년이라는 얘기도, 남들이 말해줘서 알았다”고 했다. 이 지역에서 5년 동안 식당을 했다는 함씨는 “아직 진상규명도 남아있고, 구속자들도 있는데 용산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일당 건물 분향소 옆 살림집 안에선, 이날 남일당을 지키는 세입자 7명이 모여 앞날을 걱정하고 있었다. 지난달 30일 협상 타결로 위로금과 보상금은 곧 받게 되겠지만, 삶의 터전이 없어진 지금 가장 큰 화두는 ‘먹고살 거리’다.
편의점을 운영했던 유송옥(43)씨는 “앞으로 뭐 먹고사나, 어떻게 먹고살지가 문제이고 걱정”이라며 “지쳐서 그동안은 잘 생각 못한 문제였는데…”라고 말했다. 예전처럼 가게를 새로 여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닌 것이다.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떠나기도 어렵고, 다가올 1주기가 남아있어 오는 25일까지 이곳을 지키기로 한 ‘용산 세입자’들은 이날도 남일당 천막 안에서 잠이 들었다.
한편, 20일 오후 3시부터는 참사현장인 남일당 앞에서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주최하는 ‘용산, 진실의 꽃으로 부활하라’는 이름의 추모 행사가 열린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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