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항고제 도입 등 형소법 개정안 다시 주물럭
재판 진행과 무죄 판단을 두고 법원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검찰이 법원의 ‘통제’를 벗어난 수사권 강화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여당이 적극 가세한 ‘사법부 때리기’를 검찰의 숙원과제를 해결할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법무부는 최근 법무부 장관 자문기구인 형사소송법 개정 특별위원회를 통해 형사소송법 개정안 내용을 다듬었다. 여기에는 지난해 말 대통령 업무보고 때 ‘사법제도 선진화 방안’에 포함시켰던 영장항고제, 사법방해죄, 참고인 구인제 등이 포함됐다. 지난 2007년 4월 형소법 개정안에서 제외됐던 내용을 3년여만에 다시 들고나온 것이다. 검찰은 그동안 이 제도들의 도입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검찰권 남용 등을 우려하는 반대 여론에 부닥쳐 번번이 무릎을 꿇어야 했다.
검찰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제도는 판사의 영장 기각에 대해 상급 법원에 항고할 수 있는 영장항고제다. 지난 2007년 법원이 ‘학력 위조’ 사건의 신정아씨, ‘뇌물 수수’ 의혹의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당시 검찰총장까지 나서 영장항고제 도입을 역설한 바 있다. 검찰은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허위 진술을 하거나 타인의 진술을 막기 위해 회유·폭행·협박하는 행위 등을 처벌할 수 있는 사법방해죄 역시 한정된 인력으로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형소법 개정 당시의 상황을 잘 아는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의 영장항고제 주장에 대해 법원은 구속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일정한 조건이 갖춰지면 석방하는 ‘조건부 영장발부제’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며 “영장항고제는 피의자에게는 영장 발부에 이의제기를 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검찰에게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구속 수사 원칙과 피의자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보완책 없는 ‘단독 도입’은 어렵다는 말이다. 사법방해죄에 대해서도 “재판에서 진실을 밝히는 공판중심주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런 기류는 검찰이 작성한 조서 중심에서 법정에서의 공판 중심으로 재판의 주도권이 옮겨가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 본격화했다. 형소법 개정 때는 개개 조항마다 검찰과 법원의 힘겨루기가 벌어져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바뀌기도 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용산참사’ 재정신청 사건의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금지한 조항도 검찰의 반발로 애초 안에서 후퇴한 결과다. 법원 관계자는 “집권 여당까지 나서 사법부를 때리는 흐름을 타고 검찰 수사권만 일방적으로 강화하는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