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보수언론 ‘촛불 배후론’은 ‘마녀사냥’이었다

등록 2010-01-21 14:15

<b>법원 흔들기에 맞선 대법원장</b> 이용훈 대법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 대법원장은 “법원이 사법부 독립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법원 흔들기에 맞선 대법원장 이용훈 대법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 대법원장은 “법원이 사법부 독립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쇠고기협상 문제점·국민우려 눈감고 조작방송 매도
보수진영·검찰 등 총공세 멍석깔아…비판언론 위협
조중동 왜곡보도 확인한 법원

“피디수첩 때리기에 골몰했던 보수언론은 자성해야 한다. 피디수첩 무죄 판결은 언론 본연의 비판기능을 용인한 당연한 판결이다.”(이창현 국민대 소통학부 교수)

<문화방송> ‘피디수첩’ 광우병 편에 대한 국가기관과 보수세력의 총공세가 <조선> 등 보수언론으로부터 촉발·증폭됐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공정성을 망각한 보도의 문제점을 돌아보게 한다는 지적이다. 보수언론은 2년 전 촛불시위가 시작된 직후 그 배후로 피디수첩을 지목했다. 한-미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과 수입 식품에 대한 국민적 우려 등 여러 요인들을 무시하고 피디수첩을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로 지목한 것이다. 조중동의 이런 공세에 보수세력이 동조하고 농수산식품부·방송통신심의위 등 국가기관과 검찰권력까지 합세해 제작진을 옥죄며 ‘조작 선동방송’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법원은 20일 이 프로그램이 허위사실을 보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조작과 허위라는 낙인은 조중동 등 그들만의 주관적 견해가 된 셈이다.

2008년 4월29일 피디수첩이 ‘미국산 쇠고기, 과연 안전한가’를 내보낸 뒤 사흘이 지나 조선은 ‘티브이 광우병 부풀리기 도를 넘었다’는 사설에서 “피디수첩은 티브이가 특정한 의도를 갖고 여론 몰아가기에 나서면 그 사회적 파장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줬다”(2008년 5월2일)고 공세를 폈다. 프로그램 한편 때문에 석달 동안 연인원 수백만명에 이르는 인파가 촛불을 든 시위가 일어났다는 진단이다.

이를 두고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만약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나치를 능가하는 선전선동 기술의 화신으로서 세계 언론학자들이 나서서 집중 연구해야 할 대상이 되며 세계 언론학 교과서들에도 실려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후 보수신문은 기회 있을 때마다 피디수첩 배후론을 확산시켰다. 조선은 ‘엠비시 피디수첩은 온 나라에 불지르고 시침 떼선 안 돼’(5월21일), ‘피디수첩의 광우병 사망자 조작 사실 밝혀졌다’(6월18일) 등의 보도를 이어갔다. 동아도 ‘괴담과 허위 선동, 해도 너무한다’(5월26일), ‘피디수첩의 광우병 방송, 국민을 오도했다’(6월17일) 등의 사설로 공격했다.


(클릭하면 확대)

이런 공세는 6월26일 번역자 정지민씨의 “제작 의도가 강조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극에 달했다. 정씨의 주장을 근거로 아예 ‘조작방송’으로 몰아갔다. 정씨의 말을 따 제작진이 자막 처리과정에서 의도적으로 CJD(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를 vCJD(인간광우병)로 고쳤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법원은 번역 자막이 수정된 흔적이 없으며 정씨의 CJD 번역이 오히려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보수신문의 이런 선동에 국가기관도 장단을 맞췄다.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렸고 방송통신심의위는 피디수첩에 공정성·객관성을 위반했다며 ‘시청자 사과’라는 최고수준의 중징계를 내렸다. 특히 유례없는 검찰 수사에 보수진영도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엠비시에 대한 검찰 수사는 법적 불가능성에 도전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피디수첩은 문화방송 경영진 흔들기에도 ‘맞춤 재료’로 활용됐다. 지난해 8월 뉴라이트 인사 위주로 개편된 방송문화진흥회는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피디수첩 진상규명위를 구성하도록 압박했다. 최근엔 엄기영 사장에게 새 본부장 인선 조건으로 이 문제를 내걸었다. 법원의 이번 판결로 여권 이사들의 피디수첩을 고리로 한 엄 사장 압박도 명분을 잃게 됐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는 “피디수첩이 올바른 사회감시기능을 했고 당연히 해야 할 피디저널리즘을 구현했음에도 친여 성향의 미디어가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기능을 무력화시켜 언론의 정부 비판기능을 전반적으로 약화시켰다”고 분석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뉴진스 하니 패러디했다가 ‘SNL 예능’ 인종차별 뭇매 1.

뉴진스 하니 패러디했다가 ‘SNL 예능’ 인종차별 뭇매

[단독] 중대재해처벌법 기소 기업 87%, 위험성 평가 똑바로 안했다 2.

[단독] 중대재해처벌법 기소 기업 87%, 위험성 평가 똑바로 안했다

10도 가을 추위에 강풍특보까지…이러다 바로 겨울인가 3.

10도 가을 추위에 강풍특보까지…이러다 바로 겨울인가

서울 한복판 ‘윤석열 퇴진’ 집회…“불안해서 못 살겠다” 4.

서울 한복판 ‘윤석열 퇴진’ 집회…“불안해서 못 살겠다”

‘한강 노벨상’ 따지러…스웨덴 대사관 몰려간 ‘부끄러운 보수단체’ 5.

‘한강 노벨상’ 따지러…스웨덴 대사관 몰려간 ‘부끄러운 보수단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