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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안내견이 맺어준 ‘아름다운 인연’

등록 2010-01-22 20:39수정 2010-01-22 22:23

시각장애인 안내견 ‘강산이’를 가운데 두고, 6년 동안 강산이의 도움을 받았던 김성은(왼쪽)씨와 은퇴한 강산이를 돌보고 있는 장현주씨 부부가 지난 2008년 7월 강산이의 은퇴식에 함께했다.  사진제공 삼성안내견학교
시각장애인 안내견 ‘강산이’를 가운데 두고, 6년 동안 강산이의 도움을 받았던 김성은(왼쪽)씨와 은퇴한 강산이를 돌보고 있는 장현주씨 부부가 지난 2008년 7월 강산이의 은퇴식에 함께했다. 사진제공 삼성안내견학교
어릴적 ‘퍼피워커’ 장현주씨 8년 임무 마치자 다지 키워
“은퇴견 강산이는 아들이죠” 시각장애 성은씨는 딸처럼




“우리 아들 잘생겼죠? 완전 ‘동안’이에요.”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사는 장현주(51)씨는 래브라도 레트리버 종 대형견 ‘강산이’를 아들로 소개했다. 강산이는 2002년부터 6년 동안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살았고, 2008년 현역에서 물러난 ‘은퇴견’이다. 강산이는 올해 10살로, 사람으로 치면 쉰살쯤 된다.

장씨는 10년 전인 2000년 5월, 자원봉사자로 강산이를 처음 만났다. 안내견 학교에 보내기 전 1년 동안 강아지를 맡아 기르는 봉사였다. 안내견이 되려면 태어난 직후 1년 정도 비장애인 가정에서 길러지는 ‘퍼피워킹’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함께 지낸 1년은 행복했다. 강산이는 사람을 좋아해 집에 든 도둑까지 반겼다고 했다. 장씨는 2001년 6월 강산이를 안내견 학교로 보내면서 펑펑 울었다.

시각장애인 김성은(31)씨는 2002년 2월 새 친구를 만났다. 장씨의 손을 떠나 안내견 학교에서 8개월 동안 훈련받은 강산이였다. 서울에서 전북 익산으로 내려가 ‘전북 맹아학교’에서 안마·침술 등을 가르치는 교사 일을 시작할 무렵이었다. 낯선 곳에서 홀로 생활하기 위해선 안내견이 필요했다.

김씨와 강산이는 6년 동안 집에서 버스를 타는 곳까지만 30여분을 걸어야 하는 시골 출근길은 물론, 학교 생활, 퇴근, 산책 등 모든 일상을 함께했다. 그는 강산이 때문에 새소리를 알게 됐다고 했다. “지팡이를 이용해 걸을 때는 장애물이 있는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해요. 강산이가 있으니 새소리, 음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혼자 조용히 산책하며 사색하는 ‘자유’도 얻었어요.”

세월과 함께 강산이는 늙어갔다. 2008년 7월 김씨는 강산이와 헤어져야 했다. 안내견은 보통 7~8년 동안 일하고 은퇴한다. 그러자 이번엔 서울의 장씨가 다시 손을 내밀었다. 은퇴한 안내견은 보통 다른 자원봉사자에게 돌아가 여생을 마감한다. 전국의 은퇴견 36마리 가운데 강산이처럼 원래 ‘부모’ 품으로 돌아간 경우는 3마리에 불과하다. “고생했으니 이제 ‘엄마’한테 오렴.”


안내견은 항상 참고 기다려야 한다. 시각장애인의 안전이 달려 있다 보니 안내견한테는 다른 개들이 누리는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다. 먹을거리를 봐도, 길에서 다른 개를 만나도 관심을 둬선 안 된다. 배설도 정해진 시간에만 한다.

장씨는 2002년 강산이를 떠나보내면서 익산의 김씨를 처음 알게 됐다. 함께 강산이 얘기를 나누다 보니 점점 사람 간의 정이 쌓여갔다. 김씨가 서울에 사는 부모를 보러 올 때면 직접 만나 결혼과 직장생활의 어려움 등에 대해 고민도 함께 나눴다. 장씨는 이제 스스럼없이 “성은이는 제 딸이에요”라고 한다. 최근엔 혹시 시력을 회복할 방법이 있는지 미국 쪽에 알아보고 있다. 전국의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모두 60마리가 활동하고 있다. 이 60마리도 모두 ‘은퇴’ 뒤 자신을 돌봐줄 자원봉사자를 기다리고 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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