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거치며 무리한 감경
광주 기업인 허재호(67) 전 대주그룹 회장은 계열사의 세금 508억원을 탈루한 혐의 등으로 2007년 11월 기소됐다. 세금을 빼돌리면 포탈 세액의 2배 이상~5배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허 전 회장의 벌금은 탈세액(508억원)의 2배로만 계산하더라도 적어도 101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허 전 회장의 벌금은 검찰의 구형과 법원의 판결을 거치면서 무려 4분의 1인 254억원으로 확 줄었다.
검찰은 2008년 9월 허 전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1016억원을 구형하면서 “탈루한 세금을 모두 냈고, 기업(대주그룹)에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벌금형 선고유예를 요청했다. 1심 재판부인 광주지법 제2형사부는 검찰의 선고유예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2008년 12월 허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원을 선고했다. 벌금이 절반으로 준 것이다. 허 전 회장이 탈루한 세금을 냈다는 점을 참작한 판결이었다. 허 전 회장의 벌금은 항소심 재판부에서 또 절반으로 줄었다. 광주고법 형사1부(부장 장병우)는 21일 허 전 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은 원심의 절반인 254억원으로 선고했다. 광주고법 관계자는 “허 전 회장이 검찰 수사에서 탈세 사실을 자복한 것은 감경 사유인 ‘자수’에 해당하나, 1심 재판부는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잇따른 ‘벌금 감경’에 대해 광주 법조계는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한 변호사는 “허 전 회장이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기 전에 탈세 사실을 검찰에 자수했다면 감경 사유가 될 수 있지만 국세청 조사를 받은 뒤 검찰 수사에서 탈세 사실을 시인한 것을 ‘자수’로 본 것은 매우 무리하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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