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차별·편견 담긴 말 대체어’ 책 펴내
#1. ‘절름발이 내각’으로 정권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2. 여야 의원들이 호텔에서 조찬 회동을 가졌다.
#3. 정부가 양도소득세의 50%를 환수한다지만 이미 복부인들은 이익을 남기고 떠났다.
#4. 50대 중반의 조선족 A씨는 일용직 건설 노동자로 일하면서….
신문에 쓰인 이 문장들에서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면 국립국어원이 최근 펴낸 <이런 말에 그런 뜻이?-차별과 편견을 낳는 말들>이란 책을 한번 찾아볼 필요가 있다. 국립국어원과 한국어문기자협회가 만든 이 책은 일상 언어 가운데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상처 줄 수 있는 말을 소개하고, 대안이 될 수 있는 표현을 담고 있다.
비유로 흔히 쓰이는 ‘절름발이’란 낱말엔 장애인을 ‘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보는 부정적인 뜻이 담겼다. 장애인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장애인 차별과 비하가 담긴 ‘장님, 벙어리, 앉은뱅이, 저능아’란 낱말을 ‘시각장애인, 청각·언어 장애인, 지체장애인, 지적장애인’으로 바꿀 것을 이 책은 권했다.
‘회동’도 신분의 상하관계가 반영된 낱말로, ‘치하, 영접, 하사’처럼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자주 쓰는 말이다. 존중을 위한 높임말은 필요하지만, 권위주의적 신분질서가 무의식적으로 담긴 표현은 피하는 게 좋다. 회동보다는 ‘모임’이 적당하다. 반면 ‘잡상인, 청소부, 구두닦이’와 같이 몇몇 직업을 낮잡아 부르는 표현은 ‘상인, 환경미화원, 구두미화원’으로 바꾸는 게 낫다.
부동산 투기는 여성만 하는 것도 아닌데 여성에게만 ‘복부인’이란 표현을 쓴다. ‘얼굴마담’, ‘처녀작’란 말도 여성을 차별하는 뜻이 있다. 복부인이란 말은 되도록 삼가고, 얼굴마담은 ‘대리사장’, 처녀작은 ‘첫 작품’으로 바꿔 쓸 것을 국립국어원은 권장했다.
중국에 사는 동포를 흔히 ‘조선족’이라 하는데, 차별하는 뜻이 없는 ‘재중동포’로 표현하는 게 낫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은 “언어에는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이 책이 소수자·약자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책은 국립국어원 누리집(www.korean.go.kr)에서 거저 내려받을 수 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중국에 사는 동포를 흔히 ‘조선족’이라 하는데, 차별하는 뜻이 없는 ‘재중동포’로 표현하는 게 낫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은 “언어에는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이 책이 소수자·약자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책은 국립국어원 누리집(www.korean.go.kr)에서 거저 내려받을 수 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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