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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일제 부검 인체 적출물이 왜 국과수에?

등록 2010-01-24 10:26수정 2010-01-24 17:29

"주목 인물이어서 적출…보안 문제로 경찰이 보관"
국과수 "이른 시일에 적당한 절차를 거쳐 처리하겠다"
일제 강점기 때 부검 과정에서 적출된 인체의 일부가 여태껏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남아 있어 이를 폐기해야 한다는 소송이 최근 제기됨에 따라 해당 적출물을 보관하게 된 역사적 배경이 관심을 끈다.

국과수 장기보존 용액에 담겨 비공개로 보관 중인 인체 적출물은 '백백교' 교주 전용해의 머리와 명월관 기생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생식기의 일부이다.

24일 관련 학계에 따르면 '백백교'는 전용해가 1923년 경기 가평과 양평을 근거지로 삼아 창시한 종교단체다.

백백교는 당시 "일본의 통치 아래 있지만, 가까운 장래에 반드시 교주의 통솔 하에 독립이 된다. 머지 않아 조선에 큰 홍수가 나고 그 때 일반 백성은 모두 물에 빠져 죽더라도 헌금한 백백교도는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신도들을 꾀었다.

전용해는 이후 십여 년간 혹세무민하며 자신에게 반기를 든 교인 300여 명을 무참히 살해하는 등 참혹한 범행을 거듭한 혐의로 경찰의 추적을 받게 됐고, 수사망을 피해 도주하다 1937년 양평 용문산에서 자살한 채 발견됐다고 당시 수사기록에 적혀 있다.

하지만, 민족종교학계 일각에서는 우리의 수천 년 혼과 정신을 철저히 죽인 일제의 만행에 의해 백백교가 사이비 종교로 변질돼 와해된 측면이 있다며 새로운 조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부검 당시 생식기 일부가 적출된 여성이 기생으로 일했던 곳으로 알려진 명월관은 당시 종로의 유명한 기방이었고, 명월이라는 이름의 이 여성과 함께 잠자리를 함께 한 무수한 남성들이 복상사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의학계 안팎에서는 이런 신체 일부의 적출과 보관은 당시 일제의 근대의학에 대한 큰 관심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서울대병원 병원역사문화센터 전우용 교수는 24일 "일제는 임신과 출산을 장려하고 상업적 목적을 위해 생식박람회 등을 자주 열었다. 근대 의학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종종 보이는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왕성한 생식 능력을 보였거나 성적으로 문란했다면 그것이 뇌나 생식기 등 신체에 미친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끄집어 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고려대 문국진 명예교수도 "확실하지는 않지만, 전용해가 매독에 걸렸다는 이야기가 있어 그 병이 뇌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보려고 두개골을 적출했다는 설도 있다"라고 말했다.

주목받은 인물들이라 그 특수한 삶과 관계있는 신체 일부가 연구 대상이 됐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주진오 교수는 "특이한 사람들의 장기 일부를 보존해 연구 대상으로 삼는 것은 그다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았던 교주는 그 범죄적 지능의 측면에서 신체 일부가 일본 법의학계의 관심을 끌었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신체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 국과수가 보관하게 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신체 일부를 적출하는 것은 당시에도 사회통념상 공개를 꺼리는 일이어서 공식 자료가 부족하고, 그나마 있던 것도 한국전쟁을 거치며 대부분 소실돼 자세한 정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국과수는 "일제 경찰이 부검하고 국과수 창설 때부터 넘겨받아 보관 중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기록이 없어 상세한 경위를 파악하기 어렵다. 연구적 가치는 없으나 역사적 의미를 가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전 교수는 "그 시절에는 일반적으로 경찰 조사상 부검이 필요하다면 경성제대 해부학 교수에게 의뢰했다. 부검을 하고서 학계에서 연구용으로 보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보안이 필요한 경우 경찰이 보관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제시대 감식을 맡았던 경찰부 감식과가 보관하던 신체가 미군정청기의 법의학실험소를 거쳐 1955년 내부무 산하로 설립된 국과수의 전신인 치안국 감식과에 전해졌을 공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과수 관계자는 "관련 규정이 없어 고심 중이지만 가급적 이른 시일에 적당한 절차를 거쳐 인체 적출물을 처리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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