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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호랑이가 한국 상징이라며 보존 노력은 없어”

등록 2010-01-24 21:38수정 2010-01-24 22:49

지난해 8월 중국 지린성 훈춘호랑이보호구역 안의 한 야산에서 시베리아 호랑이가 이전에 잡아 놓은 소에 접근하고 있다. 연구진은 호랑이가 사냥을 마치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주변에 카메라를 설치해 다시 찾아온 호랑이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야생 호랑이는 사람의 접근을 쉽게 알아채 사진 촬영이 무척 어렵다.   야생동물보호협회(WCS) 중국지부 제공
지난해 8월 중국 지린성 훈춘호랑이보호구역 안의 한 야산에서 시베리아 호랑이가 이전에 잡아 놓은 소에 접근하고 있다. 연구진은 호랑이가 사냥을 마치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주변에 카메라를 설치해 다시 찾아온 호랑이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야생 호랑이는 사람의 접근을 쉽게 알아채 사진 촬영이 무척 어렵다. 야생동물보호협회(WCS) 중국지부 제공
인터뷰/ 야생동물보호협회 활동가 임정은씨




중국·북한 접경지대서
2년간 호랑이 보존 활동
피해농가 설득에 진땀
“인간과 공존방안 찾아야”

“호랑이를 ‘한국의 상징’이라고 얘기하면 외국인들은 고개를 갸웃거리죠. 그에 걸맞은 노력은 하지 않으니까요. 올해가 60년 만의 백호(흰 호랑이)의 해라고 떠들썩하지만 우리 정부는 보존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임정은(27·사진)씨는 ‘한국 호랑이’의 보존을 위해 외국 호랑이 서식지에서 땀을 흘린 유일한 한국인 활동가다. 그는 2007년 9월부터 2년 동안 극동 러시아와 중국-북한 국경지대에 500마리가량 남은 호랑이와 30마리 안팎에 불과한 표범을 보존하는 일에 몸을 던졌다. 이를 위해 ‘야생동물보호협회’(WCS)의 중국지부(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훈춘시)에서 일했다. 이 단체는 뉴욕에 본부를 두고 60여개국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멸종위기 동물 보호단체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찻집에서 <한겨레> 기자와 만난 임씨는, 호랑이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가 보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베리아 호랑이’(또는 ‘아무르 호랑이’)는 옛날 한반도에 분포했던 호랑이와 유전적으로 거의 같은 종이다. 각종 동물보호단체들이 미국·유럽 정부와 민간의 후원을 받아 이 지역에서 보호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한국범보존기금’이라는 한 민간단체의 후원을 빼면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다.

그는 호랑이 보호를 위해 현지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을 맡았다. 산에 소를 방목하는 농가들이 많아 주민들은 가축을 해치는 호랑이를 미워한다. 중국 관리들은 임씨를 ‘미국 스파이’로 의심하기도 했다. “호랑이 얘기만 꺼내도 쫓겨나기 일쑤였죠. 그래서 아이들한테 영어를 가르치고 집을 방문해 함께 먹고 자면서 다가갔어요. 주민들도 ‘아이들 선생님’이라며 제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요.” 주민들의 공감대가 넓어지면서, 지난해 11월에는 제1회 ‘훈춘 호랑이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임씨는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이기도 했던 호랑이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겨레의 상징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막상 호랑이 보존에 대해선 무신경하다고 했다. “한국 어딘가에서 호랑이 흔적이 발견됐다는 소식에는 열광하면서도 나라 밖 일에는 무심해요. 동물에게는 국경이 없는데도 말이죠.”


그가 카이스트 생물학과 연구실을 박차고 외국 현장으로 나선 것은 한 마리의 표범 때문이었다. 그는 2004년 인턴 활동을 하던 대전동물원에서 만난 아무르 표범(한국 표범)에 매혹됐다. “너무나 도도한 이 생명체가 야생에 겨우 30마리 남았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무언가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 뒤 관련 공부를 위해 영국 유학길에 나섰고 인도네시아 등에서 야생동물 보호 연구를 수행하다 결국 야생동물보호협회 활동가로 일하게 됐다. 임씨는 지난해 8월부터 현지 활동을 잠시 쉬고 ‘인간과 호랑이가 공존할 수 있는 길’에 대한 연구를 주제로 외국 대학의 박사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 쪽 단체에서 만든 ‘친호랑이 인증서’라는 게 있어요. 지역 주민들이 호랑이 보존에 협조하면 그가 생산한 토산품에는 인증서를 붙이고, 호랑이 보호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이 비싼 값에 이를 사줍니다. 야생동물과 인간의 공존은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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