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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겨레의 역사적 소임은 이제부터다

등록 2005-06-07 14:26수정 2005-06-07 14:26

창간선언문

우리는 이 땅에 민주화의 새 장을 연 6월항쟁의 정신과 감동을 가슴 깊이 되새기며 오늘 한겨레 제2창간운동에 나섭니다.

1987년 10월30일 서울 명동 YWCA강당에서 창간발기인대회를 열 때가지도 뜻있는 분들마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신문’을 불가능한 꿈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3342명의 창간 발기인들의 희망과 믿음은 88년 5월15일 한겨레신문의 창간으로 현실화되었습니다. 6만2천여 국민주주를 뿌리로 탄생한 새 신문 <한겨레>는 지난 17년 동안 민족 민생 민중언론으로서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에 이바지하여 왔습니다. 군부독재의 폭압에 길들여져 익숙하던 수많은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금기들을 앞장서 깨트리고 시장을 과점해온 족벌신문의 보수아성에 도전하여 진보언론의 기틀을 확보하였습니다. 거대권력의 횡포 앞에 한없이 작아져야만 했던 국민 개개인의 소중한 삶과 인권을 국민주권의 이름으로 돌려주는 일에도 한겨레는 늘 앞장섰습니다.

그러나 지금 한겨레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1987년 6월 민주화대투쟁 이후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전개되어온 한국의 민주화운동은 여야 수평적 정권교체를 거쳐 2002년 노무현 정권의 수립을 기점으로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민주 대 반민주, 군사독재 세력 대 민주화운동 세력이란 대립 구도는 사실상 종식의 길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이제 우리 사회가 형식적 제도적 민주주의 실현단계에서 질적 내용적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단계로 나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한겨레 제2창간 운동에 앞장서 참여하는 것은 한겨레가 이런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국민들이 원하는 민주적 가치들을 다양하게 심화시켜 자유와 인권과 복지의 증대, 나아가 겨레의 통일과 국제사회의 평화에 기여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사실 한겨레의 역사적 임무는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룩한 선진국에서는 하나같이 진보와 보수가 국리민복을 위해 경쟁합니다. 저명한 보수언론이 있는 나라에서는 반드시 그 이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하는 진보언론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수구와 보수 일변도의 풍토 속에서 한겨레가 고군분투해온 형국이 지난 십수년의 역사입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가 견제와 균형을 이루며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튼튼한 진보언론이 필요합니다.

권력에 대한 감시가 언론의 첫 번째 임무라면 한겨레는 그 선두에 있는 신문입니다. 오늘날 정치권력은 물론 경제권력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시민사회의 성장과 분화는 다종다양한 집단이기주의와 시민권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모든 권력에 대한 공적 견제의 필요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언론의 존재는 더욱 절실해질 것입니다. 권력에 대한 강력한 견제는 정치, 경제, 시민권력 그 어느 쪽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언론만이 가능합니다.

한겨레의 제2창간운동은 ‘종이신문’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앞장서 재확립하는 운동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종이신문은 인터넷과 각종 미디어로부터 포위돼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전국의 신문 가구 구독률이 70%에서 40%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신문의 위기는 단지 그 자체에 국한되지 않고, 민주주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많은 학자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엔 신문 스스로가 사적이익에 충실했을 뿐,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공헌하지 못한데 따른 국민적 심판의 의미도 있습니다. 지난 17년 동안 공정성과 신뢰성을 생명처럼 여기고 활동해 온 한겨레만은 앞으로도 깊은 광산의 갱 속 카나리아처럼 국민의 눈과 귀가 될 것임을 우리는 믿어 의심치 않는 바입니다.

나라에 목숨 바친 선열들과 민주항쟁의 넋들을 추모하는 신록의 6월에 우리가 한겨레 제2창간을 발의하고 국민 여러분들의 동참을 호소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한겨레가 제2창간 운동을 통해 이 나라의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민주주의의 보루로서, 민족통일의 지렛대로서, 급박한 국제정세 변화 속에서 나라를 지키는 정신적 성채로서 구실을 다 하도록 거듭시다.

신문에 더해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인터넷과 방송을 수렴시킨 입체적 매체로서의 한겨레 제2창간을 도웁시다. 국민주주의 바탕위에 가장 민주적 지배구조를 갖고 있으며, 민주적 논의와 의사결정구조를 가진 한겨레를 북돋아 더불어 사는 세상의 행복을 믿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긍지를 주고, 나아가 세계에 자랑할 민족문화의 자산으로 키워냅시다.

88년 한겨레 창간에의 동참은 암흑의 시대에 민주주의의 개화를 굳게 믿은 이들의 고귀한 결단이었습니다. 오늘 우리 역시 한겨레 제2창간 운동에 동참함으로써, 한겨레가 자유와 인권, 복지국가 정착에 앞장서고, 겨레의 하나됨에 기여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모든 시민들의 동참을 기대합니다.

2005년 6월 7일 한겨레 제2창간 위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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