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마을 휘감은 강줄기, 파헤치고 할퀴고
부산 생태활동가·대학생 4대강 사업현장 도보순례
경남 김해시 생림면의 도요(都要)마을은 옛 가락국의 왕이 전쟁이나 난을 피해 몸을 숨긴 요새 구실을 했다는 데서 이름이 생겼다고 전해진다. 무척산을 휘돌아 낙동강을 끼고 자리잡아 마을 입구만 빼고는 온통 산과 강으로 막힌 오지마을이다.
부산의 습지와 새들의 친구·구들장·녹색연합 등 생태·환경 활동가들과 대학생 8명이 지난 23일 이 마을을 찾았다.(사진) 정부의 4대강 사업 ‘삽질’이 이곳에서도 한창이기 때문이다. ‘낙동강 3.14, 우리가 산이, 강이 되자’라는 이름으로 순례 행사에 참가한 이들은 강변에서 50~100여m 떨어진 논밭에서 포클레인이 이미 2m 이상 깊이로 땅을 파헤치고, 덤프 트럭들이 마을길을 따라 흙먼지를 일으키며 쉴새없이 흙을 실어나르는 현장을 지켜봤다.
순례 안내를 맡은 황기철 전교조 부산지부 생명평화특별위원장은 “57가구 주민들 통장에 600억원의 돈이 꽂혔다고 알려질만큼 거액의 보상비가 마을에 뿌려졌다”며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강변에 공원을 만든다더라’는 정도밖에 공사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머잖아 마을회관 건물 높이의 제방이 마을을 바짝 붙어 둘러싸게 된다”는 말을 듣고는 “이러다가 마을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몸을 떨었다.
‘낙동강 3.14’는 3.14배의 곡선을 그리며 흐르는 자연스런 강줄기의 모양에서 따온 이름으로, 지난해 7월31일 지역 활동가 40여명이 지율스님과 함께 경북 안동 일대 낙동강변을 순례한 것을 계기로 매달 시민·학생들을 모아 낙동강 도보순례 행사를 벌이고 있다.
김해/글 ·사진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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