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의료기관 설립 외국 사례
보건사회연 “공공의료 악화·의료질 저하” 보고서
기획재정부가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해 의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병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의료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내놨다. 25일 보건복지가족부가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낸 ‘외국의 보건의료분야 전문자격사 제도 연구와 정책방안’ 용역보고서에서, 보건사회연구원은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병원을 열 수 있게 ‘전문자격사 제도’를 개방할 경우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예상된다며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복지부의 의뢰로 연구원이 만든 것이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현재 우리나라 1차 의료는 유럽과 같이 집 가까이서 주민들의 건강을 종합적으로 진단해주는 일반진료보다 전문의 중심이고, 개인 클리닉이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일반인이 의료시장에 뛰어들면 1차 진료의 미비점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인이 수익을 내기 위해 의사를 고용해 병원을 여는 형태여서 이익이 생기는 분야에 투자가 몰릴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1차 의료의 붕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의료의 질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원은 “규제가 풀리면 의료기관이 많이 생겨나 경쟁이 커질 것”이라며 “의료기관의 경쟁이 환자의 만족도 등 의료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수차례 보고됐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취약한 우리나라 공공의료가 더욱 약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민간병원이 90%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비영리 민간병원도 영리법인처럼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수익을 중요하게 여기는 병원이 더 많이 설립되면, 지금도 만성적인 적자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공공의료기관은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외국 사례도 제시했다. 보고서를 보면, 일본이나 대만 등 아시아 국가는 일반인의 병원 설립을 제한하고 있고, 영국이나 독일에서는 허용하고 있다. 연구원은 “의료의 공공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국과 독일은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공공의료기관이라 규제 완화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원은 “어느 나라도 의료를 영리를 위해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며 “영리법인과 일반인에게 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곽정숙 의원은 “일반인에게 병원 설립을 허용하면, 지금 주춤하고 있는 영리병원 도입도 급물살을 탈 것”이라며 “의료 영리화는 건강보험의 근간을 흔들면서 의료비 폭등과 의료이용 양극화를 불러와 국민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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