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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40대 중년의 ‘아이폰’ 따라 하기

등록 2010-01-26 15:19

- 실버폰으로 쓸 것이냐? 정보를 유용하게 활용할 것인가!

‘담달 폰’으로 이제나 저제나 매니아층을 설레게 했던 아이폰이 출시되어 새해들어 ‘내 안의 폰’이 되었다. 시대를 앞서갈 수는 없지만 뒤처지게 되면 정보의 바다 IT공간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어 IT 트렌드를 쫒아가기 위한 ‘발악’이라도 해야 하기에 ‘담달 폰’ <아이폰>을 내 손안의 단말기로 만들었다. 스마트 폰을 손에 들고 과연 얼마나 똑똑한 놈인가 하나씩 따라해 보기로 했다. 직장생활 20년 만에 거부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는 ‘스마트한 놈’이 손안에 들어와 있다.스마트 폰을 손에 들고 과연 얼마나 똑똑한 놈인가 하나씩 따라해 보기로 했다.

사실상 그동안 휴대폰으로 전화를 주고 받고 주소록에 전화번로를 입력하고 문자를 주고받았던 게 활용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처음 문자로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을 배웠을 때만 해도 '놀라움' 그 자체였었는데 Mobile을 소지하고 다니다 보니 전화거는 일 외에 뭐 그리 특별하게 쓸만한게 없었다. 새로운 손안의 단말기 아이폰이 또 다른 섹시한 매력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하며 무작정 따라해 본 열흘 간의 경험담을 들어보자.

<아이폰>을 인수하고 열흘 동안은 이전에 사용하던 휴대폰의 기능정도만 익히자고 마음먹었다. 하루아침에 모든 장점을 다 배울 수도 없고 하루종일 휴대폰만 만지작거릴 수도 없는 상황 탓에 하나씩 익혀 가기로 했다.

우선, 패키지가 깔끔했다. 역시 미국 넘들이라 포장에 군더더기가 없다. 애니콜 등의 경우 구입하면 포장이 내용물보다 화려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 심플하다. 케이스 또한 버리지 않고 명함집 등으로 재활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튼튼하다. 정보설명서, 간단한 팁, 본체와 엑세서리... 상세 매뉴얼은 없다. 아니 아이폰 내에 상세 기능설명은 있다.

터치감은 그야말로 스마트하다. 꾹꾹 누르는 게 아니라 ‘사르르르’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고 부드럽다. 아이의 피부처럼 매끄러워 IT기기의 예의 ‘다가온다. 세로로도, 돌려서 가로로도 볼 수 있고 크게도 작게도 볼 수 있다. 그동안 별 탈없이 사랑받던 애니콜이 초라해 보인다.


먼저 KT와 통화해 개통을 하고나니 전화는 된다. 통화는 할 수 있다. 구 핸드폰의 전화번호 찾기로 일일이 찾아서. 그간 핸드폰의 전화번호 입력 기능 탓에 ‘우라질’ 숫자 기억력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전화가 울리면 누가 건 것이지 알 길이 없다. 외우는 전화번호조차 몇 개 안되어 심지어 아들, 딸 전화번호도 긴가 민가 하다. 전화번호 입력. 옛 핸드폰 주소록은 어떻게? 처음에는 이참에 인간관계 정리좀 하려는 심정으로 하나씩 찾아가며 입력해 보았다. 김씨까지 입력했는데 ‘생노가다’ 하려니 한심한 생각이 든다. 대리점에 가야하는 줄 알았는데 물어보니 유심카드 교환으로 구핸드폰 연락처를 옮길 수 있단다. OK! 유심카드안의 전화번호는 대충 옮겨졌다. 나머진 긴 호흡을 갖고 추가 입력할 작정이었는데 명함인식 앱이 있단다. 크.. 엄청 비싸다. 기능은 훌륭하다. 영업사원들에겐 유용한 앱인듯 하다.

iTunes를 내려받아 iPhone을 컴퓨터 USB포트에 연결하니 동기화 하란다. 동기화? PC와 아이폰을 ‘동기간’으로 만들라는 말이렸다. 순서에 따라 했는데 제대로 되었는지 의문이다. 사용자 등록을 하는데 대부분 영어다. 주소를 영문으로 입력하란다. 한글은 받아주지 않는다. 카드도 등록하라는 걸. ‘BC냐 삼성이냐, KB냐’ 묻지 않고 ‘마스터냐 비자냐’ 란다. KT가 단순 판매자, 거간꾼의 역할만 하는 듯해 씁쓸하다. 신국가독점자본주의 앞에 IT선구 대한민국이 굴복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독과점에다가 폐쇄적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통화요금과 코묻은 문자질로 돈벌이 해왔던 국내 통신업자들의 신사대주의의 전초전은 아닐 지 우려된다.

동기화했다. 동기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아직 모르겠다. 아이폰과 PC의 정보를 상호 공유하고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정도의 개념은 알겠는데, PC에 있는 영상과 음악 파일이 아이폰에 옮겨지지 않는다. <다음 팟인코더>을 다운받아 영상을 MPEG4로 변환은 했는데 아이폰으로의 동영상 동기화는 안된다. 짜증난다. OS와 단말기 개념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너희 별 안드로메다’에 이민가 있는 세대라 왜 안되는지 그 이유를 알 길 없으니 ‘맥의 고수’에게 물어보는 수 밖에 없다. ‘맥의 고수’께서는 너무 쉽단다. 쓸만한게 너무 많다며 일사천리 척척박사다. 껀껀마다 물어봐야 하니 미안해서 끙끙 앓기도 하지만 모를 땐 인터넷 뒤지는 거보단 고수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받는게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아이튠스 사용하기는 잦은 실패를 겪어야 제대로 익힐 수 있겠다.

아이폰 설정에서 내 전화번호가 ‘알 수 없음’을 발견했다. 대략난감. ‘우라질레이션’. 물어보니 이는 KT에 전화해서 해결해야 할 사항이란다. USIM카드에 대한 식별 인증을 해 주어야 하는 것이란 말씀. 전화통화로 본인임을 확인받고 몇가지 아이폰 정보 숫자를 불러주니 내 번호가 뜬다.

켜고 끄기는 쉽고 요금제는 16G에 4,5000원 약정의 i라이트, 기존 꺼보다는 1.5배 요금이 비싸지만 활용도가 많다 하니 그만큼의 값어치를 할 것이다. 그런데 200시간 통화를 다 하지 않았을 때 남은 시간은 이월해 주나? 기존 요금제는 이월시켜 주었는데… 기본 약정이 500메가 사용 무료인데 인터넷 사용이 그 정도가 얼마큼인지 가늠할 수 없고 3G망으로 인터넷 접속을 많이 하거나 유료 앱을 구매한다면 요금쇼크가 올 수도 있다. 적정 사용량 또한 한달간의 경험이 쌓여야겠다. 와이파이 등의 무선인터넷이 유선인터넷 시장을 패퇴시키는데 역할을 할 것이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기존 사용 휴대폰보다 감당하기 벅찰 정도다. 경이적인 수준이다. 기본단추, 홈으로 이동, 전화걸기, 음성조절, 기능들이 얼마큼 똑똑한지는 모르겠지만 키보드 적응도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고. 텍스트 편집, 확대, 잘라내기, 복사 및 붙여내기... 대충 적응할 것 같고. 메시지 전송, 음.... 자판이 달라졌고 예민해 글자가 잘못 눌러지긴 하지만 이 또한 자주 해보면 그전처럼 문자를 보낼 수 있다. 문자질 하는데 기존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건 달라진 자판의 배열 탓이니 익숙해 지면 편안해 질 것이다.

아이폰 카메라는 300만 화소다. 화질에는 큰 무리가 없겠지만 단말기가 가볍고 예민한 탓에 사진 찍힌 것이 선명하지 못하다. 사진으로선 별로 호감이 안간다. 카메라는 검고 크고 무거운 게 역시 최고다. 동영상 촬영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 것은 활용도가 많을 것이다. 단순 동영상 촬영만이 아니라 편집까지 할 수 있다고 하니 이건 천천히 해볼 일이다. 의미있는 작업이 될 수도 있겠다.

이메일 설정. PC와 동일하게 적용하니 아웃룩 메일이 아이폰에도 뜨고... 그래 봐줄만 하다. 뭐 그리 급하게 이메일 확인하고 답신보낼 건이 다반사는 아니지만 이동하면서도 확인할 수 있으니 좋고말고. 이 참에 G메일도 가입했다. 차일피일 미뤘었는데 아이폰에도 역시 메일의 활용도가 Gmail이 높다고 해서. 이메일 본다고 3G망을 요구하니 이 또한 비용발생이라. 사파리.. 인터넷 연결을 말한다는데 음. 와이파이 접속 구간이 넓어져야 맘 놓고 인터넷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네이버나 쇼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으니 정보검색이 가능하고 곰플레이어를 받으니 뮤직비디오가 넘쳐 난다. 고화질에다가 음질도 좋고... MS의 운영체제도 제대로 모르는데 애플의 OS는 더더욱 깜깜이라, 원리조차 파악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리겠다.

맞춤형 신문사 앱을 사용하니 주요 기사를 읽을 수 있다. 아직은 신문을 펼쳐놓고 훑어보는게 습관에는 맞는데 기사보기도 적응해 가야겠지. 네이버 뉴스캐스트에는 연합뉴스 속보 외에도 내일신문, 미디어오늘 등이 올려져 있지만 기존 인터넷 환경이라 콘텐츠를 보기에 불편하고 매일경제, 한국일보 등은 자체적인 앱을 올려놓아 단말기 환경에 맞추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용 서비스는 단순히 PDF를 올려놓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될 것이고 단말기 수용자의 접근 편리성에 맞춘 개발이 이뤄져야 하겠다. 아이폰의 등장이 웹상에서 신문사가 기사정보를 어떻게 서비스하게 될 것인지, 그럼으로 해서 주도권을 누가 가져갈 것인지 지켜보아야 할 새로운 격전장이다.

앱스토어 연결. 미끼상품도 많다. 우라질레이션... 대부분이 영어로 설명되어 있다. 세종대왕을 신봉하는 사람들에겐 ‘어뢴지’를 추종하는 무리들의 커뮤니케이션 언어에 심리적 반발심이 인다. ㅋㅋ. 뭐에 쓰는 물건들인지 설명을 다 읽기가 싫어진다. 필요한 것은 하나씩 습득해 가게 되겠지라며 자위한다.

배터리는 아주 불만이다. 별거 안 하는데도 하루에 한번씩은 충전해야 한다. 충전기 또한 독립적이어서 주변 공유기로 충전할 수 없다. 이에 대한 스마트폰 간의 통일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각 제조사별로 충전기를 따로따로 만들어 국가적으로 엄청난 낭비를 했던 전철을 밟지 않기 바란다. 개방이고 표준이고 소통이라면 엑세서리 쯤은 통일해야 한다는 게 중론일꺼다.

열흘쯤 지난 이 시점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핸드폰 수준의 유용성에다가 이메일 확인, 기사검색, 인터넷 접속 등 PC에서 하던 일까지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장족의 발전이다. 보다 더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이폰을 가지고 놀아야 겠다. 놀이로서 재미있어야 희열을 느끼고 자꾸 뜯어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주로 출퇴근 시간에 영화와 기사보기, 음악듣기로 보내다 보면 그동안 즐겨하던 ‘책보기’가 이 물건 때문에 소홀해 지지는 않을까 염려스럽다. 지식의 축적과 보편타당한 양식의 고양이 독서로 일구는 것인데 독서보다 놀이감인 아이폰을 상용하게 될까봐 두렵기도 하다. 책보기도 아이폰에서 할 수 있다지만 그렇게 해서는 내용이 들어오지 않는다. 여가의 활용 수단으로는 오프라인이 정석인 세대인 탓도 있다.

아이폰에는 무궁무진한 앱이 있단다. APP. App Store(개방형 모바일 장터)에서 뭔가를 사거나 무료앱을 다운받으란다. ‘개방’을 기본으로 하는 앱이코노미 시대에는 소비자가 생산자란다. 그리고 그것이 혁명이고 스마트폰에 대한 헤게모니 또한 앱스토어에서 판가름 난다고 한다. 스마트 폰이 세계시장에서 2009년에 10%, 2010년에 20%, 2013년에는 40%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아이폰, 블랙베리, 심비안, 모토로이가 휴대폰 시장의 총아가 될 것이라는 예측에다가 국내에 아이폰이 출시된 지 한달 만에 24만명이 가입할 정도로 거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는 1999년에 이화여대 앞에 스타벅스가 입성한 이후 커피숍 브랜드 이상의 의미, 즉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것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스마트 폰이 앞으로 시대에 있어서 대세를 이룰 아이콘이고 단순 핸드폰을 뛰어넘는 문화의 중심에 설 것이라는 데에 이견은 없다. 어디까지가 내 손안의 문화기기가 될 지는 사용자가 쓰기 나름이겠지만 그 많은 기능을 얼마큼 활용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 중심에는 무궁무궁한 앱이 있고 스마트 폰은 앱으로 완성된다. Free도 많지만 결국 유료 앱으로 스마트폰은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고 범인의 호주머니를 털어가지 않을까?. 창의적인 앱 개발자가 국내에 많다면 상당부분이 국내 자산으로 재투자될 것이고 ‘개방’에 따르지 못하는 폐쇄적 텔레콤사나 콘텐츠 생산자들은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란 예측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바로 스마트폰의 상용화가 가져올 변화다. 아이폰의 등장에 따른 충격으로 옴니아를 선두로 한 기존 이동통신사의 콧대가 꺾여 가격을 낮출 것이고 기기에 대한 보조금 확대로 KT-SKT-LGT의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문자와 통화만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스마트폰이 개발되지 않았을 것이다. 실버폰은 아니란 거다. 전화나 하고 문자나 보내는 기존의 핸드폰 사용행태에 만족할 것이라면 스마트폰을 쓸 이유가 없다. 아이폰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기능들이 나한테 필요한 것일 때 유용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앱을 잘 활용해야 한다. 어떻게? 이는 하나씩 경험해 가며 느껴야 할 숙제이며 경험해 가는 것 만큼 놀이감의 즐거움이 배가될 것이다. 행하고 느낄 뿐이다. ‘百聞이 不如一見, 百見이 不如一行, 百行이 不如一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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