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지법 “비판기능 수행”…시변 ‘12억 청구소송’ 기각
<문화방송>(MBC) ‘피디(PD)수첩’ 제작진이 형사 재판에 이어 민사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5부(재판장 김성곤)는 26일, 피디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관련 왜곡 보도로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봤다며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이 1200여명의 소송인단을 대리해 문화방송과 조능희·송일준 피디를 상대로 12억여원을 요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해 “불특정 다수 시청자들의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손해를 방송사나 제작진이 배상하여야 한다면 사회적 문제점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방송 본래의 역할과 기능이 극도로 위축당할 것”이라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어 “보도로 시청자들 중 일부가 불안감·공포감 등을 갖게 됐다 하더라도 정신적 고통의 유무나 정도는 개별 시청자에 따라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정정보도 청구를 두고 “정정보도는 해당 보도와 직접적 관련자만이 청구할 수 있는 것인데, 원고들(시청자·재미동포)은 방송 내용과 개별적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사과방송 청구에 대해서는 “법 규정상 이를 허용할 근거가 없다”며 “사과를 할 의사가 없는 자에게 사과를 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되는 인격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변은 지난해 2·3차 국민소송인단으로 1200여명을 모집해 문화방송과 피디수첩 담당 피디 등을 상대로 이번 소송을 냈다. 앞서 2008년 9월에 1차 국민소송인단 2000여명을 모집해 24억여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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