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토론’ 친이-친박 맞짱토론
당론 확정 안돼 이유 무산시켜
당론 확정 안돼 이유 무산시켜
‘앞에선 토론 압박, 뒤에선 토론 만류’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당당한 토론’을 요구해온 한나라당 지도부가 사실상 토론을 기피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28일 방송 예정이던 <문화방송> 100분토론의 ‘친이-친박 세종시 토론’을 성사 단계에서 무산시켰다. 이날 100분 토론에는 친이계 정옥임 의원과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친박계 이정현 의원이 출연해 세종시 수정 문제를 두고 ‘맞짱토론’을 벌이기로 사실상 합의한 상태였다. 그러나 한나라당 원내 지도부는 뒤늦게 “당론 확정 이전에 텔레비전 토론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 의원에게 출연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에 <문화방송>은 이날 토론 주제를 ‘아바타, 영화의 미래인가’로 급히 변경했다.
정옥임 의원은 <한겨레>와의 전화에서 “토론에 나가기로 했었는데 어제 당 지도부에서 당 내부 의견 조정도 안 됐는데 방송에 나가 같은 당 의원끼리 공개적으로 논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나가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듣고 보니 그런 측면이 있는 것 같아 안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정현 의원은 “친이계와 당 지도부는 친박계가 수정안에 대한 토론도 안 한다고 비판해놓고, 정부와의 공식적인 토론장인 대정부 질문에서 친박 의원들을 배제하고, 이제는 서로 출연하기로 합의한 100분 토론까지 취소했다”며 “앞으로는 더 이상 ‘친박계가 토론 거부했다’는 이야기는 입에 담지 말라”고 반발했다.
앞서 친이계 장광근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세종시 문제에 관한 태도 결정이 늦어질수록 충청 주민의 혼란이 커지고, 입주 기업들의 투자 계획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토론을 통해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뛰어넘는 것은 집권여당으로서 책무유기”라며 토론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밤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서강대 발전기금 모금 캠페인에 참석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 질문에 “달라질 게 없다”며 원안 고수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특히 “세종시 법의 원래 취지가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지역 균형발전”이라며 “거기에 맞게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연철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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