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등에 먹이구하기 어려워
재두루미 등 대표종 수 줄듯
재두루미 등 대표종 수 줄듯
겨울 철새들에게 우리나라는 ‘강남’으로 통한다. 대륙과 바다를 잇는 반도라는 지정학적인 위치에다 갯벌과 습지가 발달해 먹잇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겨울 유례없는 강추위로 겨울 철새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올겨울 우리나라 기온이 영하 20도 안팎까지 떨어지고 폭설이 내려 상당수의 겨울 철새들이 한반도에서 겨울을 나지 않고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났을 것으로 보인다”고 29일 밝혔다. 생물자원관은 지난 23일부터 이틀간 전국 170개 습지에서 88개팀 176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겨울 철새 동시 센서스(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생물자원관은 1999년부터 매년 1월 중순께 겨울철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의 종과 개체수를 파악해왔다.
김진한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올해 강추위로 주요 습지가 얼고 눈이 쌓여 철새들이 먹이 구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철새들의 수가 예년에 비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예년에 비해 새들이 확연히 줄어들어 센서스 작업이 수월했을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해마다 꾸준히 늘어왔던 강원 철원지역 재두루미가 지난 12월 말 폭설로 한꺼번에 1000여마리가 떠난 것이 관찰되기도 했다.
모든 종의 90%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는 가창오리들의 이동도 점쳐진다. 가창오리마저 올겨울 우리나라를 떠났다면 올해 겨울 철새 개체수는 급락할 것으로 보인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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