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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학도 기업식 구조조정…학문·학내자율 멍든다

등록 2010-01-31 21:35

31일 오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교정에 구조조정 등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난 2008년 중앙대를 인수한 두산그룹은 지난해부터 학과 통·폐합 등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학생자치활동을 위축시키는 조처까지 내놓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31일 오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교정에 구조조정 등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난 2008년 중앙대를 인수한 두산그룹은 지난해부터 학과 통·폐합 등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학생자치활동을 위축시키는 조처까지 내놓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논란 큰 ‘중앙대의 실험’




최근 중앙대가 학과 통폐합을 뼈대로 한 ‘학문단위 재조정’ 등 대학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서 학내외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08년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뒤,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두산중공업 회장)은 “대학에서 사회가 원하는 학문을 가르쳐야 한다”며 대대적인 구조조정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상당수의 교수와 학생들은 “학문 발전을 고려하지 않고 대학을 기업화, 상업화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 학과 통폐합의 기준은? 대학 구조조정의 핵심인 학과 통폐합의 기본 원칙으로 중앙대는 △유사·중복 학과 통합 △대외 경쟁력이 있는 학과 육성 △국제적 인재 양성 등을 꼽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침에 대해선 경영대 등 일부 ‘실용 학문’만 육성할 뿐 종합대학으로서 비전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31일 중앙대 기획처가 작성한 ‘2009 대학 자체평가 결과보고서’를 보면, 통폐합 대상에 포함된 산업경제학과, 가족복지학과, 식물응용학과 등은 종합평가에서 ‘우수’(상위 20%) 등급을 받았다. 이 평가는 연구 분야뿐 아니라 취업, 만족도 등까지 따진 것으로, 특히 가족복지학과는 3년 연속 우수 등급을 받았다. 반면 육성을 위해 ‘경영·경제대학’으로 편입되는 경제학과, 경제학부는 모두 ‘미흡’(하위 30%) 등급을 받았다.

이에 대해 윤경현 중앙대 기획처장은 “유사·중복 학과를 통합하는 것이 대원칙”이라며 “통폐합이 되더라도 계열별 부총장의 책임 아래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이들 우수 학과들도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학부제로 역행? 중앙대의 구조조정안은 최근 학부제에서 학과제로 되돌아가는 다른 대학의 흐름과 반대라는 점도 논란거리다. 중앙대는 현재 17개 단과대 77개 학과(부)를, 10개 단과대와 40학과(부)로 통폐합할 방침이다.

이를 두고, 각 단과대 교수들의 주장을 대변해 구조조정 문제를 본부와 협의하는 ‘계열위원회’는 본부가 단순히 행정 편의를 위해 학문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임의로 묶어버렸다고 지적한다. 방효원 계열위원장(의대 교수)은 “본부의 구조조정 방식은 ‘독일과 프랑스가 같은 유럽에 있으니 유럽문화학부로 묶어 같이 공부하라’는 식”이라며 “학문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대는 학부제 모집에서 학과제 모집으로 단계적으로 옮겨가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연세대·한국외대 등은 사실상 학과제로 복귀한 상태다.

이에 대해 박범훈 중앙대 총장은 이달 초 학내 누리집에 올린 글에서 “학부제의 성패는 그것을 운영하는 교수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학부제 시행 전에 심도 있는 검증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 책임부총장제 논란 중앙대가 구조조정안에 신설한 ‘책임부총장제’도 논란의 대상이다. 중앙대는 10개 단과대를 5개 계열로 묶어 계열별로 부총장을 두고, 인사추천권·예산권 등 핵심 권한을 부총장한테 줄 방침이다.

그러나 계열위원회는 각 단과대의 의견이 학장을 거쳐 상부로 올라가는 기존의 의사결정 구조가, 책임부총장이 일방적으로 결정해 내리는 하향식 구조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자연계열 대표를 맡고 있는 이광호 교수(생명과학과)는 “구조조정안을 보면, 학교는 ‘행정 전문교수’를 따로 채용할 수 있다”며 “학교의 입맛에 맞는 외부인사를 행정 전문교수로 영입한 뒤 책임부총장으로 앉힐 경우, 하부의 학내 의견이 무시되고 자율성이 크게 훼손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경현 기획처장은 “계열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계열 내 교수를 부총장으로 선임해 권한을 위임하겠다는 취지”라며 “계열별 발전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박거용 한국대학연구소장(상명대 영어교육과 교수)은 “중앙대의 ‘기업식 경영’으로 학내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현상이 다른 대학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무엇보다 기업의 효율성 논리 속에 대학의 요체인 학문적 다양성과 창의성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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