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교정에 구조조정 등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난 2008년 중앙대를 인수한 두산그룹은 지난해부터 학과 통·폐합 등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학생자치활동을 위축시키는 조처까지 내놓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논란 큰 ‘중앙대의 실험’
최근 중앙대가 학과 통폐합을 뼈대로 한 ‘학문단위 재조정’ 등 대학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서 학내외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08년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뒤,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두산중공업 회장)은 “대학에서 사회가 원하는 학문을 가르쳐야 한다”며 대대적인 구조조정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상당수의 교수와 학생들은 “학문 발전을 고려하지 않고 대학을 기업화, 상업화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 책임부총장제 논란 중앙대가 구조조정안에 신설한 ‘책임부총장제’도 논란의 대상이다. 중앙대는 10개 단과대를 5개 계열로 묶어 계열별로 부총장을 두고, 인사추천권·예산권 등 핵심 권한을 부총장한테 줄 방침이다. 그러나 계열위원회는 각 단과대의 의견이 학장을 거쳐 상부로 올라가는 기존의 의사결정 구조가, 책임부총장이 일방적으로 결정해 내리는 하향식 구조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자연계열 대표를 맡고 있는 이광호 교수(생명과학과)는 “구조조정안을 보면, 학교는 ‘행정 전문교수’를 따로 채용할 수 있다”며 “학교의 입맛에 맞는 외부인사를 행정 전문교수로 영입한 뒤 책임부총장으로 앉힐 경우, 하부의 학내 의견이 무시되고 자율성이 크게 훼손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경현 기획처장은 “계열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계열 내 교수를 부총장으로 선임해 권한을 위임하겠다는 취지”라며 “계열별 발전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박거용 한국대학연구소장(상명대 영어교육과 교수)은 “중앙대의 ‘기업식 경영’으로 학내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현상이 다른 대학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무엇보다 기업의 효율성 논리 속에 대학의 요체인 학문적 다양성과 창의성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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