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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배아줄기세포 연구’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관훈토론회

등록 2005-06-07 18:58수정 2005-06-07 18:58

“과학엔 국경없지만 과학자에겐 조국 있다”

“난자에 체세포 핵을 넣은 것은 수정란이 아닙니다. 지구상에서 앞으로 1세기 이내에 복제된 인간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없을 것입니다.”

“내가 남을 곳은 실험실, 내가 벗할 것은 현미경입니다.”

황우석 교수는 역시 ‘스타’였다. 3일 오전 ‘관훈토론회’가 열린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은 300여명의 방청객으로 꽉 찬 가운데 외신기자 30여명을 포함해 기자 80여명이 몰려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한 방청객은 황 교수에게 다가와 인사를 나누며 “기념으로 보관하게 명함을 한 장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황 교수는 이날 토론자로 나선 현직 기자 4명한테서 생명윤리문제에서 배아줄기세포 치료의 현실성에 이르는 민감한 질문을 받으면서도 ‘능란한 말솜씨와 비유법’으로 답변을 해나갔다. 다음은 이날 토론회 일문일답의 요지. <배아줄기세포 실용화
마라톤 반환전 돌았다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배아줄기세포 치료가 언제 실용화되는가이다. 마라톤에 비유한다면 이번 연구 성과는 어느 지점인가.


=줄기세포 연구가 마라톤 중계는 아니다. 나의 한마디가 전 세계 수억의 난치병 환자에게 지나친 환상을 가지게 할 수 있다. 굳이 비유를 원한다면 지난해 첫 배아줄기세포 배양은 42.195㎞ 중 20㎞ 지점, 치료용 분화세포는 25㎞쯤 된다고 답할 수 있다. 이번 환자의 배아줄기세포 배양은 지점을 지정하지 않겠다. 보통 연극은 4막이지만 우리 연구는 2막이다. 1막이 끝나면 2막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내년 후반쯤이면 1막이 끝나고 국민들의 아낌없는 중간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때 1막 감독은 페이드 아웃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줄기세포 연구가 인간복제 등 비윤리적 목적에 이용될 가능성은 없는가. 사회 일각의 윤리문제 제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인간복제는 비윤리적이고, 전혀 안전하지 않고, 기술적 측면에서도 불가능하다. 지구상에서 1세기 이내에 복제된 인간을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답변이다. 모든 과학은 양면성이 있고, 특히 생명공학 연구에 이런 양면성이 없다면 가치가 없을 것이다. 종교계의 지적과 사회각계의 의견은 소중한 가르침으로 알고 윤리적 바탕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한 지침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잘 음미해 일탈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인간복제는 비윤리적
기술적으로도 불가능

―지난해 생명윤리학회의 공개질의에 응하지 않았고, 최근 서울대 강연에서는 10년 뒤 심판해달라고 했는데, 답변 준비가 안됐다는 것인가.

=말씀드리기 두려워서가 아니라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고 우려해서였다. 소모적 논쟁 자리에 나가기보다 옷깃을 여미는 과학도의 길을 가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10년 뒤 최선을 다한 다음에도 이런 비판과 평가가 계속된다면 모든 책임을 지고 여생도 거기에 맞춰 살겠다는 얘기였다.

―난자 제공이나 개체복제 등에 대해 검증할 길이 전혀 없다. 연구팀 일원이 난자를 기증했다거나 하는 사례가 있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이런 문제들에 대한 안전장치가 충분히 반영돼 있다고 보는가.

연구 결과는 국민의 몫
나의 것도 연구진 것도 아니다

=투명성과 보안성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나라의 연구 성과를 복사하는 것이면 보안성에 중점을 두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 성과는) 제3자 연구자들이 미래 경제 가치와 과학적 무게가치를 두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연구결과는 나의 것도, 연구진의 것도 아닌 국민들 몫이다. 투명성 강조하다 우리가 이뤄놓은 토대마저 공개하는 잘못을 저지를 우려가 있다. 그러나 1차 논문에서 투명성과 제3자의 적절한 관여가 약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래서 훌륭한 학문적 토대를 구축하고 상당히 존경을 받는 의학과 법·철학을 아는 분한테서 필요할 때마다 기획에서부터 연구 과정 내내 충고의 말씀을 들었다. 보안성을 지켜준다면 시민단체나 종교계에서도 모시겠다.

―지난해 한 신문에 실린 칼럼에서 정전사고로 연구용 기증난자가 훼손돼 자살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힌 적이 있고, 이번 연구 과정에도 말도 안 되는 창피한 일이 있었다고 했는데, 어떤 일들인가.

=2003년 천신만고 끝에 지구상 최초로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해 ‘콜론’이라는 세포덩어리를 100여개 복제했는데, 정전사고로 2개만 남고 모두 죽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다른 이에게는 말도 못하고 안규리 서울대 교수에게 ‘만약 내일 아침 2개마저 죽는다면 서울대 영안실 하나를 예약해달라’고 했다. 다음날 보니 2개가 잘 자라고 있어 ‘조의금 준비 안 해도 된다’고 전화했다. 올해도 말도 안 되는 사건이 있었지만 국가 위신에 관련된 사항이라 10년 쯤 뒤에 허허 웃으며 말씀드리겠다.

첫 세포 정전사고로 죽었을 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연구결과에 비밀이 있다는 것은 과학기술에 국경이 있다는 얘기인데, (과학연구에) 세계 인류가 공유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뜻인가.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 이런 얘기를 한다. 사이언스에는 국경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사이언티스트에게 조국은 있을 수 있다고. 사이언스는 미래로 나가는 희망과 꿈의 열차다. 그 길에서 조금 이뤄놓고 자랑스럽게 공개했을 때 그 다음단계는 제3자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열매를 맺는 국가와 국민이 대한민국 국민이 되게 하고 싶다. 이것을 국수주의라고 보지 않는다. 메이드인 코리아의 자랑스런 제품으로 전 인류에게 나줘 줄 수 있다면 얼마나 가슴 뿌듯한 일 아니겠나.

그동안 많은 사랑 받았다
갚는 길만 남았다

―과학자로서 냉철하게 판단할 때 본인이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보나.

=노벨상 어떻게 하는지 전혀 모른다. 나의 목표도 아니다. 역사에 한 줄 기록이 된다면 참 과학도였다는 기록이 어느 가치보다 소중한 재산으로 남을 것이다. 이번 발표 뒤 과학은 가치중립적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여야가 똑같이 성원과 격려 말씀 해줬다. 국민들은 자기 자식이 해놓은 것처럼 기뻐해줬다. 매일 찾는 3천원 짜리 목욕탕에서 만나는 할아버지의 흐르는 눈물을 보고 매일 아침 다시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국민 이외 한분 소개해드리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실험실을 찾아와 “연구팀에 어떤 지원을 해주면 좋겠느냐고”고 물었다. 나는 “(줄기세포연구는) 장거리 경기고, 많은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성공 여부 알 수 없다. 아무리 일러도 (대통령) 임기 안에 어떤 결과도 안 나올 것이다. 차라리 좀더 빠른 결과 볼 수 있는 데 지원을 하시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만약 2,30년 뒤에 대한민국이 먹고살 만하고 노벨상이 나오는 국가가 되고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가면, 노아무개가 과학을 이해하고 거기에 조그만 지원을 시작한 대통령으로 기억된다면 기쁘겠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동안 많은 성원과 사랑을 받았다. 갚는 길만 남았다. 나보다 훨씬 성실성과 능력 있는 젊은 과학도들에게 정부 지원과 국민 격려가 갔으면 좋겠다. 노벨상도 그분들이 받아야 한다.

내가 남을 곳은 실험실
내가 벗할 것은 현미경

―황우석 신드롬이 일어나고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장관 물망설도 있었는데, 은퇴 뒤 정치할 의향은?

=주변에 정치하는 친구도 있고, 훌륭한 행정가도 있다. 현미경을 보면서 이 세포가 의미 있는 것이 되겠다고 판단하는 것은 조금 날지 모르지만 그 외 다른 능력은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남을 곳은 실험실, 벗해야 하는 것은 현미경이다. 과기부 장관 제안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갔다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 큰일 날 뻔했구나 생각했다.

―무균돼지 체세포를 몰래 들여와 복제를 했다는 일화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 청소년에게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비윤리적 과정은 아니었다. 세포를 떼어준 조직과 과학자가 있고, (우리가) 가져간다는 것 다 알고 있었다. 에피소드지 도덕적으로 과정이 무시돼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세포를 떼어준 과학자와 오늘 점심 약속이 있다.

글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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