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도소 총액입찰제’탓
시중 약국보다 더 받기도
재소자들 불만제기
법무부, 약품구매 감사 벌여 목포교도소에서는 2만1600원인데, 안양교도소에서는 3만2천원. 전주교도소와 영등포구치소에서는 각각 2만2680원과 2만7840원. 똑같은 물품이지만 교정기관들마다 값이 ‘고무줄’이다. 잇몸이 아픈 교도소·구치소 재소자들이 자비로 사서 먹는 잇몸 치료제 인사돌(100정)의 값이다. 더구나 안양교도소의 값은 시중 약국의 도맷값과 소맷값보다도 각각 7천원, 5천원 이상 비싸다. 교정기관별로 들쭉날쭉한 약값에 대한 재소자들의 불만이 제기되자, 법무부는 최근 교정기관들을 대상으로 약품 구매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전국 교정기관 11곳에서 재소자들에게 공급하는 약품 80~180가지 가운데 15가지를 뽑아 약값을 비교해 본 결과, 품목별로 가장 싼 약값과 비싼 약값이 20~95%씩 차이가 났다. 심지어 3배 넘게 차이가 나는 품목도 있다. 이런 사실은 인권운동사랑방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전국 교정기관 46곳 가운데 영등포구치소, 공주·안양·원주·전주교도소 등 11곳으로부터 ‘2005년 수용자 자비 부담 의약품 가격표’를 받아 비교·분석한 결과 드러났다.(표 참조) 인후통 약인 홀스(9정)는 대전교도소에서는 350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여주교도소와 영등포구치소에서는 각각 850원, 1030원이었다. 안양교도소는 1150원으로 대전과 견줘 3배 이상 비쌌다. 만성전립선염 치료약인 세닐톤캅셀(200캅셀)도 여주교도소에서는 2만1410원인데, 안양교도소에서는 95% 이상 비싼 4만2천원이었다. 영리기관이 아닌 교정기관이 공급하는 약값이 시중 도맷값이나 소맷값보다 비싼 경우도 있었다. 안양교도소의 아로나민골드(100정)는 시중 도맷값(1만6천원)보다 2천원 비쌌다. 수원교도소 평택구치지소의 시린메드치약(150g)은 시중 도맷값(3500원)보다 800원을 더 받았다. 교정기관마다 약값이 크게 차이가 나고, 일부 품목은 시중가격보다 비싼 것은 약 구매가 각 교정기관 단위로 이뤄지는 데서 비롯한다. 각 교정기관은 1년에 한두 차례 ‘최저가 총액입찰제’ 방식으로 공급업체를 선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차이가 난다.
최저가 총액입찰제는 응찰업체들이 제시한 약값 가운데 품목별로 최저가를 뽑아 합산한 금액(최저가 총액)에 가장 근접한 총액을 제시한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때 업체들이 제시한 최저가는 입찰 전에 교정기관이 시장조사를 벌여 미리 정해둔 입찰 기준가보다 낮아야 한다. 교정기관이 책정한 입찰 기준가가 높을수록 약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안양교도소 관계자는 “서울과 경기 지역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 입찰 기준가를 정했는데 기준가가 다른 지역보다 높게 책정돼 약값을 비싸게 제시한 업체가 낙찰됐다”고 해명했다. 또 일부 업자들은 총액입찰제의 맹점을 악용해 수요가 많은 약품은 비싸게, 수요가 적은 약품은 값을 싸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총액을 낮춰 응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식으로 응찰한 업체가 낙찰되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재소자들에게 떠넘겨질 수밖에 없다. 고근예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재소자들은 일반 소비자들과 달리 공급자를 선택해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구매 방식의 문제점을 보완해 모든 교정기관에서 합리적인 기준가격으로 약품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도 “현재 교정기관별 구매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돼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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