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인 회장
[가신이의 발자취] 한국유기농 개척자 강대인 회장
이게 무슨 일입니까. 청천 벽력에 이 무슨 변고란 말입니까. 2월 초하루 벌교들판에 비가 내렸습니다. 하늘도 서럽고 민망스러워 눈물 뿌리는데…. 정농회 원경선, 오재길, 김복관, 오영환, 김준혁 회장님 등 30년이나 나이가 많은 회장님들이 새파랗게 살아계시는데 생을 마감 하다니요. 날씨가 이렇게 차가운데! 이 엄동설한에 차가운 땅 속에 당신을 묻고 어찌 돌아서라는 말입니까.
영정 사진 속에 당신은 웃고 있습니다. 그 멋진 수염의 늠름함과 범상치 않은 풍모, 그런데 그런데… 당신 영정 앞에 딸 선아, 반디, 보리, 은하 그리고 아들 태승이 부복해 있습니다. 그리고 고난의 여러 날 당신 뒷바라지를 해온 당신의 부인이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경선 선생께서 97살의 노구를 이끌고 당신 영정 앞에서 ‘우리는 정말 아까운 사람을 잃었다’고 비통해 하고 계십니다.
강형, 자기 자신과의 치열하고 처절한 싸움을 통한 구도자적 삶의 모습은 정신세계의 양극화 현상에서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갈등과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치열한 내면적 투쟁의 소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강형, 당신은 바른 농민으로 또 육종 연구가로 수없이 많은 귀한 벼 품종을 육종해 냈습니다. 당신은 우주의 이치와 자연의 진리를 많은 이들에게 가슴으로 보여준 이 땅의 어머니 농자(農者)였습니다. 이제 누가 그 일을 해야 합니까!
우리가 처음 만난 것은 30년 전 정농회 연수회가 열렸던 풀무원 농장에서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저승과 이승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저 가녀리고 착하디 착한 가족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고 떠나가는 당신이 야속하기마저 합니다.
강형, 이승의 고달팠던 모든 짐 내려놓고 훌훌 떠나야 합니다. 한 치의 미련도 두지 말고 저 피안의 세계로 떠나야 합니다!
이 땅에 사는 동안 불모의 유기농업을 하느라 비지땀 눈물 한숨 많이 흘렸습니다. 이제 이 땅의 할 일은 남은 자들의 몫입니다. 하늘나라에 가더라도 슬픔에 쌓여있는 가족들을 살피소서. 비록 당신이 우리 곁은 떠나가도 우리의 가슴 속에 당신은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제 저승에서 당신의 지친 영혼이 깊은 안식 취할 수 있도록 하느님의 돌보심과 은총을 빕니다. 이제 편히 쉬소서! 깊은 안식 취하소서!
정상묵/정농회 5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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