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국(42·저스트뮤직 대표)씨
‘존 레비 수집 한국음악’ 복원 음반낸 김선국씨
1964년 영국인 레비 방한해
40일간 120여곡 수집해가
“음원보관소 설득 힘들었다” 영국 에든버러대학 음원보관소에서 반세기 가까이 잠자던 1960년대 한국 전통음악 음원들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영국의 저명한 월드뮤직 전문가였던 존 레비(1910~76)가 64년 한국을 방문해 체계적으로 정리, 녹음한 이 희귀 음원을 최근 시디 10장 짜리 <존레비 콜렉션 한국음악선집>으로 햇볕을 보게 한 이는 월드뮤직 음반 프로듀서인 김선국(42·사진·저스트뮤직 대표)씨다. “음반 복원 작업을 하면서 한국음악에 대한 레비의 열정에 충격에 가까운 감동을 받았어요. 국내 어떤 음반사도 한달 보름만에 이런 음원들을 몰아서 정리한 적은 없었습니다.” “누구보다 레비가 기뻐할 것”이라고 말한 그는 “2008년 6월 프랑스 파리의 한 중고품 가게에서 프랑스어로 발매한 레비 컬렉션의 <한국의 불교음악> 엘피(LP) 한 장을 발견한 뒤로 선집을 내기까지 1년6개월 동안이 꿈만 같다”고 털어놓았다. “존 레비 생전에 미국 음반사 리릭코드와 프랑스 음반사 디스코스 보그에서 앨피 3장을 냈으나 그의 음원을 통채로 음반화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유대계 영국인 존 레비는 58~71년 인도와 아시아 지역을 찾아다니며 전통음악과 종교음악을 체계적으로 녹음해 약 700여개의 마스터 릴테이프와 사진, 메모 등을 남겼다. 그는 64년 한국에서 40여일간 머물면서 귀화 국악인 앨런 헤이만과 지난달 30일 타계한 국악학자 이혜구 박사의 자문을 받아 당시 최신식 녹음기인 ‘나그라’로 한국 전통음악 120여곡을 모두 34개의 마스터 테이프에 담았다. 76년 그가 타계하자 유족들은 에든버러대학에 ‘존레비콜렉션’이란 이름으로 기증했다. “저온 상태로 보관 중인 음원을 시디로 복원하는 작업보다 1년 넘게 법률적인 문제 때문에 주저하는 대학 당국을 설득하는 일이 더 힘들었다”는 김씨는 안데스 음악을 한국에 알린 <로스 잉카스>, 브라질 대중음악 선구자 플라비오 벤츄리니의 신보, 한겨레신문사의 <겨레의 노래> 등 쟁쟁한 음반 20여종을 만든 숨은 실력자다.
<한국음악선집>에는 ‘존레비콜렉션’의 존재를 처음 국내에 알린 송혜진 숙명여대 교수와 존 레비의 한국방문 때 대학생으로 통역을 맡았던 이병원 하와이주립대 교수, 법현 동국대 교수 등이 각 시디마다 80~100장에 이르는 방대한 해설을 붙였다.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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