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 화재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동작경찰서는 이번 사건을 방화로 판단하고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한원횡 동작서 형사과장은 3일 “강력팀 형사 등 20여명으로 전담팀을 구성해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 현장 주변에 화인이 될 만한 것이 없고, 잔디가 완전히 마르지 않은 오전에 불이 난 점 등으로 볼 때 담배꽁초 등에 의한 실화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재질의 용기 잔해 등 증거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정밀감식을 의뢰했으며, 현장 근처에서 예비군 모자 1개를 수거해 머리카락 등 디엔에이(DNA)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경찰은 묘역 부근에서 발견된 보수 기독단체 이름의 전단지에서 지문을 채취했으며, 이 전단지에 적힌 영어 글자가 한 우익단체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의 영문 이름인 사실을 확인하고 이 단체의 관련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는 이날 “생전에도 와서 데모하고 그러더니 돌아가셔서까지 이렇게 해야 하느냐, 이런 일이 있어야 하느냐”라며 충격과 우려를 나타냈다고 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이 전했다.
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화재 사건은) 옳지 않은 일”이라며 “전직 대통령의 업적에 대해서는 역사가 평가할 일이고,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로, 재발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경미 이정애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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