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 코리 리(33)
서울시 홍보대사 된 재미동포 요리사 코리 리
“한식 세계화하려면 국내서 관심 더 커져야”
“한식 세계화하려면 국내서 관심 더 커져야”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어머니 손맛을 찾는다는 말이다.’
요리사 윤정진의 말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요리사 코리 리(33·사진)는 아직 나이 먹지 않았다. “한국 말 하는데, 조금 어려운 말은 영어로 하겠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서울 중구 저동의 서울관광마케팅 본사 인터뷰실에 앉아있던 코리 리는 기자를 보자 벌떡 일어섰다. 인터뷰 당한다는 긴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벌떡 일어난 것의 일부는 ‘동양적인 예의’라고 기자는 느꼈다. 한국어도 잊지 않고 있었다.
여섯살부터 열서너살까지의 입맛이 평생을 좌우한다. 역시 요리사 윤정진의 지론이다. 1977년생인 그는 다섯살 되던 해 건설업을 하던 부모와 뉴욕으로 이민갔다. 소년에게 1982년은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을 하루종일 듣던 해로 기억될 게다. 그러나 아직 빌리진의 가사를 다 알아듣지 못했던 것처럼, 충청도식 음식만 먹던 소년에게 새로운 환경은 새로운 음식을 뜻했다. 집에서는 담백한 충청도 예산식 한식을 먹었지만 집을 벗어나면 하루하루 새로운 음식에 도전했다. 미국인 친구 집에서 냉장고를 열면 치즈가 가득 있는 것부터 문화적 충격이었다. 한 냄비를 두고 여럿이 수저를 나누는 한국식 식탁 문화와 다른 식탁 문화도 새로웠다. 두 종류의 입맛이 그를 길렀다.
17살에 처음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요리를 ‘나의 직업’이라고 느꼈다. 그는 “머리와 몸을 함께 쓸 수 있는 직업이며 창의력을 요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평범한 레스토랑에서 시작했으나 금새 두각을 나타냈다. 나파 밸리의 레스토랑 ‘프렌치 런드리’에서 요리하며 서서히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서울시와 농림수산식품부가 함께 주최한 한식 관련 행사 ‘어메이징 코리안 테이블’ 때 피에르 가니에르 등 요리사 3명과 함께 초대돼 한국을 찾았다. 그리고 5일 서울시 홍보대사로 임명됐다. 요리사로서 외국 음식과 한식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쓰는 것처럼, 그를 기른 입맛도 두개다. 다리 역할에 유리한 조건이다. 그의 음식은 프랑스·미국식이다. 그러나 명란젓과 갈비찜, 보쌈을 좋아한다는 그는 아시아 식재료에 대해서도 잘 안다. 이미 뉴욕에서도 한국 배 등 과일, 통통한 한국산 밤은 식재료로 명성이 높단다.
그는 한식을 세계화하려면 이벤트나 프로모션도 중요하지만, 한국 안에서 음식에 대한 관심과 담론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등 음식비평으로 유명한 매체는, 레스토랑에서 매체에 기사를 우호적으로 쓰도록 청탁할 수 없도록 편집과정이 엄격해 공신력을 가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음식 담론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레스토랑에서 만난 미국인 여자친구와 데이트할 때도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홍보대사가 하는 일이 다리 역할이라면, 코리 리의 혀와 손은 두 문화의 다리로 적절해보였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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