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소장서 빼 일부러 감춘 의혹
법원 판결문서 밝혀
법원 판결문서 밝혀
천신일(67)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75) 한나라당 의원에게 박연차(65·구속기소) 전 태광실업 회장의 구명 청탁을 한 사실이 법원 판결문을 통해 처음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천 회장의 공소장에 이런 사실을 뺀 채 한상률(57) 전 국세청장에 대한 청탁 사실만 포함시켜, 정권 최고 실세인 이 의원을 봐주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청구한 천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구색 맞추기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규진)는 5일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고 증여세 등을 포탈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 등)로 기소된 천 회장에게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 전 회장과 관련된 알선수재, 시세조종 혐의에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세무조사 무마 청탁 과정을 설명하면서 천 회장이 이 의원에게도 청탁을 했다는 수사 내용을 적시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연차 전 회장 등의 부탁을 받은 천 회장은 2008년 8월부터 그해 11월26일경까지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과 이상득 당시 국회 부의장 등에게 수차례 전화로 청탁을 했고, 베이징올림픽 기간 중이던 그해 8월17일에는 일시 귀국해 한 전 청장과 이 의원에게 청탁을 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천 회장이 한 전 청장에게 전화를 건 사실만 공소장에 적어 기소했었다. 수사 결과를 설명할 때에도 이 의원은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추부길(54) 전 청와대 비서관이 이 의원에게 세무조사 관련 청탁 전화를 건 사실이 확인됐지만, 검찰은 이 의원을 조사하지 않고 ‘실패한 로비’로 결론을 낸 바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이 의원을 서면조사했지만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조은석 대검찰청 대변인은 “이 의원은 참고인 신분이었으며, 참고인 조사 사항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현철 김남일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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