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경인년을 맞아 정부는 ‘한반도 호랑이 복원’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지고 정작 필요한 보존 활동에는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서고 있는 한반도 호랑이 복원 계획은 주로 비무장지대(DMZ)를 무대로 하고 있다. 이병욱 환경부 차관은 지난해 11월 “시베리아호랑이를 들여와 강원 양구군의 비무장지대 인근에 풀어놓고 키우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경기 연천군도 올해 안에 시베리아호랑이 6마리를 들여와 고대산에 방사해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그렇지만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이런 ‘야생 호랑이 수입’은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한 계획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고이지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7일 “호랑이는 활동반경이 넓어 인근 민가 피해가 우려된다”며 “호랑이를 수입해 오겠다는 계획은 단순히 세인의 주목을 끌기 위한 ‘립 서비스’일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도입을 밝혔던 환경부와 연천군 쪽도 안전상의 이유 등으로 구체적 방안을 세우지 못하고 있거나 계획을 취소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한반도 호랑이 복원을 위한 장기적 투자에 나서야 하며, 당장은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극동러시아 등지의 백두산호랑이 보존에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선 완전히 손을 놓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 한국범보존기금(www.koreatiger.org) 한 곳이 현지의 보존단체인 ‘피닉스 펀드’에 자금 지원을 하는 게 전부다.
반면, 역사적으로 호랑이와 무관한 미국, 유럽의 정부와 민간단체들은 호랑이 보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야생생물기금(WWF) 등 국제적인 동물보호단체 13곳은 미국 야생동물국(FWS), 네덜란드 환경농무성 등의 후원을 받아 극동러시아 지역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호랑이에 대한 관심은 ‘한국 안에서 접할 수 있느냐’라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나라 위상에 걸맞게 호랑이 보전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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