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도중 쓰러진 임수혁 선수가 10년 투병 끝에 숨졌다. 2000년 4월 18일 잠실야구장 2루 주자로 있다가 심장부정맥으로 쓰러졌으나 심폐소생술 같은 응급조치를 제대로 못 받아 식물인간으로 병상에 누워 있다가 결국 고인이 된 것이다. 쓰러질 당시에 선수를 옮길 구급차는커녕 들것조차 없어서 트레이너가 업고 뛰었다고 한다.
의료진과 응급차가 없었던 까닭에 생긴 사고라 고인의 가족은 롯데와 엘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걸었고, 법원은 두 구단에 4억2600만원의 배상금을 내라고 결정했으나 엘지가 불복하면서 롯데 2억2000만원, 엘지 1억1000만원의 합의금으로 조정되었다고 한다. 이후 야구장에는 의료진과 구급차가 상시대기 중이라고 한다.
10년 병구완 끝에 고인을 보낸 유족들의 고통을 치유하기엔 3억3000만원은 큰 액수가 아니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그 돈마저 당연하게 지급된 게 아니라 투쟁 끝에 얻어낸 것이라는 점이다. 만약 고인이 노동자였다면 어찌되었을까? 노동자가 근무 중에 사망하게 되면 산업재해보상을 받게 된다. 근로복지공단에서 평균임금의 52~67% 상당액을 매월 지급받게 된다. 소송을 제기해 가면서 싸울 필요도 없이 당연히 받게 된다.
고인이 쓰러진 해는 프로야구가 출범한지 18년이나 지난 때였다. 그러나 야구장엔 의사도 구급차도 없었다. 고인의 희생 이후에야 의사와 구급차가 상주하게 되었다. 꼭 이렇게 극단적인 사건이 벌어져야만 보완책을 세우는 건 참으로 천박한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선진사회는 항시 단체로 협상하고 조율한다. 그게 바로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단체협상을 하는 것이다.
고인이 하늘나라에 편안하게 가실 수 있도록 하는 건 다시는 이런 슬픈 일이 프로야구계에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프로야구선수노조를 인정하고 선수들의 복지를 위해 노사가 매해 성실한 단체협상을 하는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고인이 하늘나라에 편안하게 가실 수 있도록 하는 건 다시는 이런 슬픈 일이 프로야구계에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프로야구선수노조를 인정하고 선수들의 복지를 위해 노사가 매해 성실한 단체협상을 하는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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