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배동성(45)씨
11년간 마라톤대회 진행한 개그맨 배동성씨
연간 30여개 대회서 사회
음반내고 가수데뷔 계획 “제가 되레 격려를 받습니다. 그렇게 힘든 풀코스를 완주하신 분들조차 ‘배동성 최고!’라고 외치시는데, 감히 힘들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마라톤 진행 마이크를 잡은 지 어언 11년째를 맞는 개그맨 배동성(45·사진)씨. 사회를 맡아 진행하는 마라톤대회만 연간 30~40개다. 그 수가 어느덧 300개가 넘다보니 ‘마라톤 사회=배동성’이란 등식은 달림이들에겐 상식으로 통한다. 처음 마라톤 사회를 보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네가 사회를 보면 힘들게 뛰는 마라토너들이 기뻐할 것 같다”는 한 선배의 권유에 당시 30대 중반의 패기로 성큼 수락했다. 함께 뛰어보자는 유혹에 5㎞를 달린 뒤 잡은 마이크는 평생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의 괴로움으로 되돌아왔다. “사회를 본다는 게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는데, 달리기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가 큰코를 다친 겁니다.” 사회인 야구 2루수 출신인 그는 현재 연예인야구단 알바트로스 감독을 맡고 있고, 골프는 2오버파를 칠 정도로 남다른 운동신경을 지녔다. 하지만 달리기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일찍 깨닫게 됐기에 훗날 마라톤 사회를 오래도록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대회가 있으면 전날 절대로 무리하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술도 자제하구요.” 마라톤 사회는 1~2시간짜리 행사와는 전혀 딴판이다. 야외행사이다보니 날씨가 춥거나 더워 힘든데다, 대부분 5㎞, 10㎞, 하프코스, 풀코스 등 4개 코스가 잇따라 열려 행사 종료까지 4시간은 보통이다. “2월이나 11월에 주로 열리는 지방 대회 때는 날씨가 너무 추워 손이 곱고, 마이크는 입술에 쩍쩍 달라붙어 더 고생스러죠.” 그래도 그는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했다. 웬만해선 목이 잘 안쉬는 목청을 선물받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마라톤 상식도 전문가 수준 뺨친다. “처음 10㎞를 천천히 뛰면 절대 낙오하는 법이 없습니다. 천천히 땀이 배인 뒤 속도를 내면 더 기록이 좋아지지요.” 초반 오버페이스가 얼마나 나쁜 주법인지를 궤뚫고 있다. 그는 이어 “10㎞ 레이스에서 가장 사고가 많습니다. 마라톤 풀코스를 여러번 완주한 사람들이 ‘까짓껏 10㎞쯤이야’라고 우습게 여기다 골인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이 봤지요”라고 말했다. 목 마르지 않다고 급수대를 지나치는 것도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1일 <한겨레> 주최 3·1절마라톤 사회도 맡은 배씨는 조만간 <아무거나>란 제목의 음반도 출시해 가수로 데뷔한다. “인생이 절대 아무거나 고르며 사는 게 아니지 않냐”는 뜻에서 붙인 제목이라고 설명한 그는 “노래자랑은 송해 선생님, 마라톤 하면 배동성으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권오상 기자, 사진 이종찬 선임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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