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비닐 원료값 담합 혐의로 대형 화학업체들을 기소했다가 공소장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김시철 부장판사는 1994~2005년 비닐 원료인 저밀도폴리에틸렌과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 가격을 짬짜미(담합)한 혐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로 기소된 한화석유화학과 에스케이(SK)에너지, 삼성토탈 법인과 각 업체 담당자 3명에 대해 9일 공소기각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지금의 공소장으로는 12년간 100여차례의 합의들 중 어떤 업체가 어떤 개별 합의에 참여했는지, 각 합의가 가격 담합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 내용인지 등을 판별할 수 없다”며 “개별 합의의 구체적 과정과 내용이 특정되지 않는다면 업체들의 방어권이 침해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원은 검사에게 공소제기의 적법성 등에 대해 입장 정리를 요청했으나 이를 시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100여차례의 짬짜미 합의를 기록한 범죄일람표의 많은 대목에서 일시와 장소를 적지 않거나 막연한 표현을 쓴 채로 회사들을 기소했다. 법원은 이런 방식이 ‘공소사실 기재 범죄의 시일·장소·방법을 명시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7년 7개 화학업체가 원료값을 짬짜미했다며 모두 541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뒤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자진신고 업체 등을 제외하고 이들 3개 업체를 기소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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