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 경찰 규칙 벗어나…진압간부 기소 필요성 내비쳐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9일,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진 ‘용산참사’와 관련해 “경찰력 행사가 위법의 단계였다”는 의견을 이 사건의 재정신청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광범)에 제출했다. 인권위는 이와 함께 재정신청의 대상이 된 김석기(56)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간부들의 기소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비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인권위는 이날 낸 결정문에서 “경찰의 (진압) 조처는 국내 법령 규정을 비롯한 각종 기준 및 경찰 규칙의 취지에 어긋나, 단순한 당·부당의 수준을 넘어 위법의 단계에 이르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그 근거로 △경찰 지휘부가 건물로 진입하는 경찰특공대와 소방관들에게 화재 위험물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교육하지 않았으며 △1차 진입 시 화재 발생 위험이 높았음에도 작전 변경이나 철거민 설득 없이 바로 2차 진입을 시도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인권위는 특히 “국가가 공권력을 행사함에 있어서 위법한 행위에 대해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국가에 의한 범죄행위의 불처벌 현상이 발생해 법치주의에 대한 심대한 장애가 발생하게 된다”며 “이런 차원에서 이 사건 재정신청의 쟁점인 경찰력 행사의 적법성에 대한 검토는 앞으로 공권력 행사의 사법적인 기준을 설정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앞서 용산참사로 구속기소된 이충연(37) 용산철거민대책위 위원장 등은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김석기 서울청장을 비롯한 경찰 지휘부 등 14명을 검찰에 고소했으나 불기소·항고기각 처분을 받았고, 이에 지난해 12월 서울고법에 이들을 기소해달라며 재정신청을 낸 바 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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