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기 겐이치(66) 변호사
“하토야마 총리 오랜 기간 관심
사할린 문제 해결 절호의 기회”
사할린 문제 해결 절호의 기회”
다카기 겐이치(66) 변호사는 ‘사할린 문제’ 해결을 위해 30년 넘게 싸워온 ‘산증인’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방한 때 <한겨레> 기자와 만나 “일본에서 사할린 문제에 관심을 갖고 오랫동안 노력해온 사람들이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 자신을 포함해 지금 일본 정부의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며 “사할린 문제 해결에 다시 올 수 없는 호기를 맞은 만큼 한·일 양국 정부가 이번 기회를 절대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카기 변호사가 사할린 문제 해결에 뛰어든 것은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인 197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에는 패전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사할린에 버려진 조선인 4만3000여명의 귀환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올라 있었다. 이때 다카기 변호사는 이덕림 등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을 모아 일본 정부에 사할린 한인의 귀국 책임을 묻는 ‘사할린 잔류자 귀환 청구소송’을 낸다. 소송은 무려 64차례의 구두변론이 이어지는 진통 끝에 1989년 6월 원고들의 소 취하로 종결됐다. 그러나 이 ‘15년 소송’의 여파는 적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1989년 한·일 양국 적십자사로 구성된 ‘재 사할린 한국인 지원공동사업체’를 통해 사할린 1세들의 친척 방문, 영주 귀국 등의 대책을 내놓는 등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할린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아직 사할린에 남은 1세 문제와 영주 귀국한 1·2세들 사이에 ‘두번째 이산’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카기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하토야마 총리와 이명박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때 이 대통령이 이 문제를 거론하며 대책을 요구했다면 하토야마 총리는 어떤 식으로든 대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안산 고향마을에 두 번이나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10년 넘게 활동했으니 아마 이 대통령보다 사할린 문제를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2004년 7월17일 12명의 일본 의원과 함께 방문한 자리에서는 ‘조부인 하토야마 이치로 전 총리가 1956년 맺은 일-소 공동선언을 통해, 사할린에 남겨진 일본인들은 본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그러지 못했다. 손자인 내가 조부가 남긴 숙제를 풀고 싶다’는 취지의 말을 하더군요. 그렇지만 한국 정부가 조용한데, 일본 쪽에서 먼저 이 문제를 들고 나오는 건 이상하지 않나요?” 다카기 변호사는 2007년 9월부터 일본 정부를 상대로 또 하나의 법정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재판 내용은 사할린의 탄광 등에서 일했던 조선인 노동자들이 일본 강요로 월급을 강제로 저금한 ‘우편저금’ 보상소송이다. 1997년 3월 일본 우정성의 조사를 보면, 이 돈은 현재 59만 계좌에 1억8000만엔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는 “일본 정부가 1억8000만엔에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한 합당한 배율을 곱해 200억엔 정도의 기금을 만들어 한국으로 돌아온 1세들의 고국방문 비용, 2세들의 한국 정착 비용, 사할린에 남은 1세들의 생활지원 비용 등에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면 역시 한국 정부의 움직임이 중요합니다. 일본 정부가 움직이기 쉽도록 명확한 요구안을 만들어 일관되게 주장해야 합니다.” 글·사진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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