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넘어 받은 첫 졸업장이라오
옥천 글방서 공부한 할머니들 초교 명예졸업
“자식·손자 만나는 설도 기다려지지만 솔직히 평생 처음 받는 졸업장이 더 기다려지지.”
오는 17일 충북 옥천군 안내초등학교에서 명예 졸업장을 받는 홍성례(71)씨의 말이다. 홍씨는 2003년 9월 문을 연 안내면 주민자치센터 할머니 글방 ‘행복한 학교’에서 6년을 꼬박 한글과 덧·뺄셈 등을 익힌 끝에 졸업장을 받게 됐다. 홍씨와 함께 입학한 5명과 이듬해 2월 입학한 4명 등 행복한 학교 1기생 9명이 이번에 함께 졸업식장에 선다.
같은 날 졸업식을 하는 이웃 안내초교에서 할머니들의 노력에 감명받아 명예 졸업장을 주기로 했다.
1기생 가운데 홍씨는 막내다. 맏언니 전란식(89)씨하고는 18살 차이가 난다. 홍씨와 친구 윤옥분(72)씨를 빼고는 모두 80대다. 졸업생 9명의 나이를 더하면 734살, 평균 81.5살이다. 홍씨는 “우리가 공부는 못해도, 전 세계 초등학교 졸업생 가운데 나이는 가장 많을 것”이라며 웃었다. 못 배운 한을 풀려는 할머니들의 향학열은 뜨거웠다. 농번기 때는 드문드문 빠졌지만, 평소 매주 화·금요일 오전 9~12시까지 이어지는 수업에는 결석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한글 수업 뒤 짬짜미 건강 체조도 익힌 할머니들은 지난해 10월 노인의 날에 열린 면민 잔치 무대에 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민병용(52·안내면 현리 이장) 행복한 학교 교장은 “까막눈으로 산 한을 풀려는 할머니들의 공부 열기는 여느 학생들이 본받아야 할 정도로 대단했다”며 “한글을 깨친 것도 중요하지만 뒷방신세로 몰려 소극적이던 할머니들의 생활 태도가 적극적으로 바뀐 것이 더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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